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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 빛을 맞이하는 준비의 날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31 조회수610 추천수4 반대(0) 신고
 
 

새 빛을 맞이하는 준비의 날 - 윤경재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한 1,1-18)

 

 제 부모님은 형제분이 많습니다. 아버님은 7남매의 장남이시고, 어머님은 8남매의 장녀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어려서부터 제사나 명절 혼례 등 집안 대소사를 부모님 주관으로 거행했습니다. 그럴 때면 많은 손님이 오시기 때문에 어머님은 음식 장만에 바쁘셨고 아버님은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 일이 한창이셨습니다. 어린 우리들이 뚫어 구멍이 난 문창호지를 새로 갈아 붙이는 일도 연례행사였습니다. 그때 마다 장남인 저도 한몫을 거들어야 했습니다. 어렸을 적에 가끔 청소하는 일이 소란스럽고 귀찮은 생각이 들어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님께서는 “이런 기회에 집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것이란다. 그리고 깔끔하게 준비해서 손님을 맞으면 오시는 분들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겠니?”하셨습니다.

  오늘은 2008년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새해가 손님처럼 밀려 올 것입니다. 그 손님을 기쁘게 맞으려면 우리 각자도 준비해야 합니다. 자신의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제자리에서 벗어난 일들도 살펴 바로 잡아야 합니다.

  어느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명동 성당에 가보면 주변과 어울려 성당이 고색창연하고 멋지지 않으세요? 저절로 기도하게 만드는 엄숙함이 배어나오죠. 고딕양식으로 천정이 높고 벽돌로 쌓은 기둥들이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들죠? 그런데 제가 명동에서 사목할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사 책이나 성가집을 읽기엔 어두우니 조명을 밝게 해달라는 교우들의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큰돈을 들여 조명을 교체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세요? 아, 글쎄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먼지며 얼룩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금가고 쪽 달아난 벽돌도 왜 그리 많은지 대대적으로 보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요? 다시 조명을 어둡게 하면 되나요? 돈이 들고 수고롭더라도 보수 공사를 시작해야 하나요?

  빛이신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셨을 때 우리가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둠 속에 계속 머문 까닭이 바로 자신의 단점이 들어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막상 익숙해져서 편안한 어둠을 떨쳐 내려니 무엇인가 손해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것에 모험을 걸기보다 최소한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받고 싶었습니다.

  신앙은 어둠에 머무르려하는 본능을 이기고, 자신을 빛으로 들어내는 용기입니다. 새 손님을 맞으려 구석구석 쇄소응대하는 자세입니다. 그 손님은 반드시 오십니다. 우리가 퍼져 자신의 몫을 제대로 가꾸지 못할지라도 오실 분은 오시고야 맙니다. 때를 놓쳐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주님의 은총 속에서 기쁨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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