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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31 조회수984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8년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The Word became flesh
and made his dwelling among us.
(Jn.1.14)
 
 
제1독서 요한 1서 2,18-21
복음 요한 1,1-18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지난달까지 계속했던 수영을 12월에 들어서면서 멈췄습니다. 그런데 12월의 마지막에 서 있는 지금 후회가 막심하네요. 왜냐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살이 이곳저곳에 붙은 것입니다. 체중도 꽤 나가서 이 몸무게를 이끌고 다니기에 부담이 되기까지 합니다. 더군다나 만나는 사람마다 “신부님, 살이 많이 찌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니 알 수 없는 위기감이 늘어만 갑니다. 또한 성탄과 송년모임이 왜 이렇게도 많은지요. 그 모임에서 한두 잔 마시다보니 더욱 더 허리는 굵어지고 체중은 늘어만 가네요.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이상 타지 않아서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자전거를 탔지요. 한 3시간쯤 탔을까요? 힘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힘든 코스도 없었는데, 엉덩이도 아프고 무릎도 삐걱되는 것 같습니다. 또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호흡하기가 힘들게 되네요. 이런 상태에서 제 얼굴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말하지 않아도 뻔했겠지요? 힘들어서 심하게 일그러진 저의 얼굴을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제 옆을 지나던 어떤 자매님이 큰 소리로 “빠다킹 신부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당시 저의 모습은 자전거 헬멧을 썼고, 모든 자전거 복장을 완전히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저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매님께서는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저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했던 것이지요. 더군다나 저의 웃는 모습이 아니라, 힘들어서 찌그러진 얼굴을 보고 말입니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얼굴 표정은 안 힘든 척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면서, 이게 무슨 망신인가 싶더군요.

이렇게 입고 다니면 알아볼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스스로 죄와 잘못을 범하면서 하느님이 없다는 듯이 생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디에나 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그 모든 죄와 잘못을 다 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어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우리 본당의 역대 신부님 중에서 무척 무서운 신부님이 계셨답니다. 그래서 아이들 첫영성체 찰고를 보면서도 질문을 던지시고 그 질문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당장 나가!”라고 하시면서 쫓아내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7명의 아이들을 사제관에 부른 뒤에 찰고로 “똥독 간에도 하느님이 계실까?”라는 질문을 던지셨답니다. 아이들은 자신 있게 답변했지요. “아뇨.” 이 말에 신부님께서는 “당장 나가!”를 외치셨고, 아이들은 나가서 또 열심히 교리를 공부해야만 했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어디에나 특히 우리 가운데 늘 함께 하십니다. 이를 위해서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고 오늘 복음은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이러한 주님의 사랑에 대해서 과연 어떻게 응답을 하고 있었을까요?

2008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언제나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더욱 더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내가 될 것을 다짐하는 2008년의 마지막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한번 속으면 그 사람을 탓하되 두번 이상 속으면 자기 자신을 탓하라.(탈무드)
 
 


     
한 해의 마지막 달에(‘좋은 글’ 중에서)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한해의 마지막 달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없이
정신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쪽 두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것. 살아 있다는것.
두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있다는것에 대한
의미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많은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분명한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

하나 둘 생각해 본다.
버려야 할것들에 대하여
나는 한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Steve Barakatt - You And Me
Gareth Gates - Listen To M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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