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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저는 엑스트라였습니다. (기적 같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18 조회수1,009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눈물 묻은 자매님의 손수건이라는 사연에 나오는 자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몹시 흥분된 목소리였습니다. 기쁨의 목소리였습니다.

 

자매님께서 하신 레지오 단원들이 자택으로 방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처음엔 놀랐는데 레지오 단원 모두가 전에 레지오를 하면서 자기들이 신앙인의 본분을 벗어난 행동에 대해 미안하고 또 자신들 때문에 일이 이상하게 돼서 성당을 나오지 못하게 된 거에 대해 사죄를 하다시피 용서를 청하러 왔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가 정말 힘드네요. 뭐라고 할까요? 어떻게 이런 일이 소설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나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자매님께 어떤 말씀을 해드려야 할지 정말 난감했습니다. 축하드린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잘 된 일입니다라고만 말씀드렸습니다.

 

자매님께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 거에 대해 저한테 공을 돌리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는 단지 몇 시간 동안 차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나중에 제가 겪은 이야기만 전해드렸을 뿐이지 제가 그 레지오 단원들을 찾아가서 무슨 말씀을 드린 것도 아니니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지만 아마 자매님께서 나름 다시 성당을 나오시려고 마음을 돌리셔서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자매님께서는 저를 만나서 그런 마음도 먹게 되었다고 말씀을 하시긴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제가 겸손하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려는 게 아니고요 이런 일은 제 경험상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원인으로도 충분히 자매님 마음이 돌아서실 수 있었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계기가 되는 그냥 단순한 원인 제공만 해드렸을 뿐입니다. 저는 이게 정말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가 그동안 성당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와 하느님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상충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결론을 나름 분석하면서 제가 평소에 가진 지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분명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 이것에 대해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구체적인 예는 들 수 없지만 이해를 돕는 선에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당 일을 하려면 그냥 아무런 직분도 없이 봉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대표성을 가지고 일을 하려면 어떤 직분을 맡아서 하게 됩니다.

 

일을 하다보면 무슨 일이든지 난관이 닥치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 일을 맡은 사람이 그 일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어떤 간교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가는 이런 요상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기가 그 자리를 그만두면 보통 그 자리를 맡아달라고 주위에서 사정을 할 거라고 예상을 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성당을 다니면서 그런 걸 많이 주변에서 아마 목격을 하다 보니 자기도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참 사람의 심리는 묘합니다. 물론 처음엔 무슨 불가피한 일이 있어서 그만두려고 했지만 나중에는 자기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실제 본심에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간접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리려고 하는 그런 속셈이 마음 한 켠에는 있는 것입니다.

 

보통 보면 이렇게 하면 자기가 생각했던 일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경우는 자기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는 사실 자신도 조금 당황스럽겠죠. 왜냐하면 사실은 그 직분을 계속 할 수도 있는데 순간적인 감정이나 이런 걸로 인해 오기를 이상한 방향으로 부리다가 자신이 자초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다시 하겠다고 말하면 속보이는 형태가 되니 그냥 그것도 가만있으면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 일을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못하고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걸 8년 동안 성당을 다니면서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의식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 아니면 성당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는 의식을 하는 사람이 개중에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험상 지금까지 보면 그럴 것 같아도 그건 자신의 오만입니다. 그럴 것 같지만 자기의 생각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어떨 때는 인간적으로 봤을 때는 그럴 것 같지만 실제 결과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무슨 방법을 동원하시더라도 또 다른 적임자가 나타나도록 하시는 것 같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매님께서는 자신이 마음을 돌리게 된 게 제 덕분이라고 했지만 제가 아니라고 하는 근거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근데 무엇보다도 아무리 누가 이런 말을 설령 했다고 하더라도 안 되는 사람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제가 이 자매님을 만나서 제가 어떤 계기가 된 거는 사실이지만 이 자매님께서 저를 만나기 전에 스스로는 인식을 하지 못하셨겠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신이 개신교를 잠시 다니고 있었어도 또 성당을 나오지 않으셨어도 마음 한 곳 깊숙한 곳에는 하느님을 향한 끈을 놓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성당을 나오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한 게 아니고 그분과 하느님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치 저는 키레네 사람 시몬과 같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시몬이 예수님께서 골고타를 오르실 때 자기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질 거라고 예상하고 지었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제가 잠시 엑스트라로 등장한 것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것에 대해 저도 하는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다른 분의 일로 저도 많은 걸 여러 가지로 배웠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제가 이분께 감사를 드려야 할 상황입니다. 이분을 통해서 저도 중요한 교훈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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