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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잘해주다가 욱하고 폭발, 자식 망치는 큰 실수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30 조회수1,225 추천수1 반대(0) 신고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53)

돌잡이는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고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 [중앙포토]

 
돌잡이  

- 윤경재

 
왼 눈을 찡긋하면
오른 눈을 별밤처럼 깜박이고
 
왼손 들어 보이면
오른손을 아끼지 않고 흔드니
 
넌 맑고 작은 거울
하늘도 담겠구나
 
서너 가지 꿈을 늘어놓았지만
네가 잡은 건
저것도 그것도 아닌
 
눈가와 입가
열린 사이를 나는 환한 미소
   

해설

요즘엔 돌잔치에 초대받아 참석하는 기회가 많이 줄었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아이도 많이 낳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돌잔치의 정점은 돌잡이다. 예전엔 돈, 실, 공책, 연필 등 몇 가지를 아기 앞에 놓고 제일 먼저 집는 것으로 미래 운명을 점쳤다. 요새는 여기에다가 의사봉, 멜로디언, 마이크, 청진기까지 구색을 갖추어 놓아 보는 사람과 아기들이 헷갈릴 정도이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고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비로소 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어른이 되었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한 생명을 낳고 기른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사명인지 나이 들어보니 깨닫게 된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비로소 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어른이 되었다는 책임감도 무겁게 느껴진다. [사진 pixabay]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대가족이 모여 살았다. 조부모, 삼촌과 고모가 아이를 돌보기도 했다. 그러다 아파트 건설 붐이 나고 점차 핵가족 형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요새 젊은이들은 학업과 직장 때문에 결혼 전에 이미 분가해 산다. 결혼한 자식들 집에 방문하려면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 세태가 되었다. 점차 가족과 가정이라는 개념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세대 남자들에게 가정이란 직장 일을 마치고 편안하게 쉬며 재충전하는 곳쯤으로 여겨졌다. 아이들은 집에서 집사람이 맡아서 키우는 것으로 적당히 모른 척 해주어야 옳은 줄로 알았다.
 
한의원에서 상담하며 느끼지만, 요즘 가정은 남자들이 쉬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 맞벌이하며 살기에 육아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부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여자라서 육아와 집안일을 더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아주 잘못된 것이다. 가정은 부부가 공평하게 책임을 지고 분업하여 가꾸어 나가는 삶의 장소가 되었다. 전업주부라도 한 가정이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완성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새 시대 남편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는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 없다. 부모세대인 우리도 이런 흐름을 깨달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마땅하다.
 

인간은 대개 남보다 내가 더 애쓴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늘 나를 몰라준다는 섭섭함이 깔렸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조건 내가 한 발짝 더 움직이겠다는 실천 의지뿐이다. [사진 pexels]

 
삼강오륜에서 夫婦有別이란 말도 이젠 새롭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편과 부인 사이, 해야 할 일에 구별이 있다는 말이 아니다. A라는 부부와 B라는 부부에 경계를 두어야 한다는 말로 재정의해야 한다. 시가나 친정 부모 부부와 자식 부부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가 나서서 평등한 부부공동체를 장려하고, 또 훼손하는 행동은 막아야 한다.
 
상담하다 보면 부부갈등, 시부모와의 갈등이 대부분 이런 변화에 둔감해서 온다. 이제 가정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편히 쉬는 스위트홈이 아니다. 인간이 이룩해야 할 자유와 행복을 공정하게 실천하는 최소 단위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각자 내가 더 많이 나서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인간은 대개 남보다 내가 더 애쓴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늘 나를 몰라준다는 섭섭함이 깔렸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조건 내가 한 발짝 더 움직이겠다는 실천 의지뿐이다. 이번 한 번쯤이야 알아주겠지 하고 게으름 피우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갈등이 싹 튼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내가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힘드니 집에서는 좀 쉬자는 생각을 하려면 애당초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 가정공동체 일원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육아가 최고로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육아는 연습이 없다. 언제나 처음이다. 아이는 성격이 다른 한 인격체이기에 여러 아이를 키웠어도 매번 육아는 낯설다. 남자도 애를 임신한 순간부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선배들에게 묻거나 책을 통해서라도 미리 배워두어야 한다.
 
육아는 기브 앤 테이크 하는 사이가 아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걸 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다리고 지혜롭게 배워야 할 게 많다. 만 2세까지는 자기주장을 할 줄 모르므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미운 세 살이 되면 부모 속을 조금씩 썩이게 된다. 나름대로 고집을 부린다. 이때 아이 두뇌발달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꾀가 생긴다. 아이에게 헷갈리는 정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사랑과 기다림이라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아이는 사소한 실수를 통해서도 잘못되는 경우가 흔하다. 무엇보다 육체적 안전과 건강을 지켜주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아이는 분리에 대한 공포가 매우 심하다. 보호자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러니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달려와 아이를 껴안아주고 안심시켜야 한다.
 
돌쟁이 아이는 자기 느낌과 감정,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할 줄 모른다. 주로 울음으로 표시한다. 아이의 울음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아이가 울 때 보호자는 아이의 감정을 말로 구체화하며 아이를 이해한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 졸리는구나, 배가 고프구나, 쉬했네, 무서웠구나, 놀랐구나, 엄마가 보고 싶었어? 등등 아이의 느낌을 말로 표현해주어야 한다. 이런 ‘감정구별’ 작업은 중학교에 들어가기까지 중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폭넓게 표현할 줄 모른다. 희로애락의 칠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는 잘못된 교육을 받아서 더욱 그렇다. 사실 옛 성현들은 시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배웠고 감정을 표현하되 넘치지 않고 절도 있게 지키라 했다. 시경의 내용을 읽어보면 사랑과 슬픔, 이별의 감정이 절실하게 그려져 있다. 자기 감정구별을 잘하는 사람이라야 남을 잘 헤아릴 수 있다.
 

가정에서는 육아가 최고로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육아는 연습이 없다. 언제나 처음이다. 아이는 성격이 다른 한 인격체이기에 여러 아이를 키웠어도 매번 육아는 낯설다. [사진 pxhere]

 
3세 이후 육아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욱하고 화를 내는 것이다. 가르친다고 큰소리로 야단치거나 손찌검을 하는 건 아이를 망치는 원흉이다. 아이는 감정 주머니가 작아 잘 참지 못하고 떼를 부리며 동작이 굼뜰 때가 많다. 평소에 아무리 잘해주다가도 한 번이라도 욱하고 성내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큰 피해를 본다. 언어폭력도 인격을 망친다. 아이는 판단력이 약해 부모의 행동이 옳은 줄 알아 커서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억울한 심정이 있으면 은연중에 트라우마를 겪는다. 트라우마의 폐해는 뇌를 성숙시키지 못하고 한 시점에 고착화한다.
 
가끔 욱하고 성낸 후 자신은 뒤끝이 없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결국 남의 감정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른다는 걸 감추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그늘진 성격은 대물림하게 되어 있다.
 
아이가 행복하게 살도록 하려면 여러 가지 지능을 훈련해야 한다. 지능에는 IQ뿐만이 아니라 창의 지능, 현실지능, 감정지능, 문화지능, 메타인지 등이 있다. 이런 지능은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다. 1~2세 아이는 시간당 26회나 어떤 일에 관심을 보이거나 질문을 한다. 그러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면 시간당 2개로 줄어든다. 부모와 교사가 호기심을 키우지 못하고 무시해서 그렇단다. 자립적이고 능력 있는 성인으로 키우려면 매사에 질문하며 남의 의견을 존중하는 ‘지적 겸손’을 가르쳐야 한다. 이런 걸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이라 부른다. 교육으로 두뇌도 바뀔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옛말에 심은 대로 거둔다고 했다. 또 인복이 있어야 재운도 늘어난다고 했다. 인복은 결국 남을 받아들이고 함께 행복하자는 홍익인간의 정신에서 나온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의 행동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든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https://news.joins.com/article/23693404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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