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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22일 야곱의 우물- 복음 묵상/ 이별을 앞두고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22 조회수485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별을 앞두고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가족과 동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에서 매 순간 잊지 말자고 항상 다짐하고 되새기는 말씀이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영어전담 교사를 맡고 있어 원어민 교사와 종일 함께 지낸다. 오십 중반의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은 반 년 가까이 자리를 못 잡고 표류했다. 원어민 교사는 한국의 교육정책 비판을 시작으로 교과서가 형편없으니 아이들 실력도 형편없고 참여하려는 의욕도 전혀 없다며 투덜거린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이 선생님의 가르치는 기술이 말 그대로 형편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가장 먼저 가르치는 기술인데 그는 그런 기술이 빵점이었다. 처음에는 원어민 선생님의 요구를 최대한 존중해 따랐지만, 본인이 스스로의 문제점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업은 나아질 줄 몰랐고, 답답해진 나는 매번 대부분의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느님, 대체 왜 저렇게 형편없는 교사를 보내주신 건가요?’ 하며 원망했다.
 
심지어 그는 ‘하느님이 자기더러 한국으로 가라고 했다. 가서 사람들을 도우라.’ 고 했다며 자기가 한국에 온 것은 하느님의 계시라고 했다. 영어를 하는 것이 신의 축복인 양 교만하게 구는 사람에게 이 나라는 비굴하게 굽실거리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가 싶어 그 사람이 너무나 미웠다. 빨리 1년이 지나 떠나버렸으면 싶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그를 미워하는 내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를 미워하는 마음만이라도 버리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내가 먼저 변하자. 그 뒤로 전보다 더욱 열심히 교재연구를 하고 업무를 미루더라도, 모든 수업의 지도안을 하루 미리 짜고 자료를 준비해 원어민 교사에게 따라줄 것을 요구했다. 수업 중에 수업 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바로 바로 지적해 수정하도록 부탁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3분의 2정도만 원어민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그런대로 수업에 만족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분과 재계약을 한다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은 내 마음을 오늘 복음 말씀에 비추어 주님께 맡기고 싶다.
김현정(양주 고암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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