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자연과 친구되기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03 조회수562 추천수2 반대(0) 신고

내 주변에 사람들이 늘 많이 있을땐 외로움이나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살았었다. 집을 나서면 비슷한 또래의 한국사람들을 늘 만날 수 있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성당에서 혹은 기도모임 안에서 사람들과 사는 얘기며 신앙얘기를 나누며 살 수 있었던 그 시절엔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를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 많이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니 내가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되고 또 친해지기 위해 나름 노력도 하며 살지만 사람도 약간은 코드가 맞아 죽이 척척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아 늘 겉도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제일로 잘 통하는 사람은 같은 신앙안에서 상대방과 함께 그 신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가끔은 서로를 도와주며 신앙적으로 서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내가 제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인 것 같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난후 드는 생각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의지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만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해야하는 대상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늘 그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태양, 달, 별, 내 마음을 간지럽히는 바람,  하늘위의 구름, 날씨의 변화로 보는 비, 눈, 안개 등,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나무와 꽃 그리고 풀,  열거하자면 한두가지가 아닌 이런 자연을 보는 일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는 그 자연이 나의 친구가 되기 시작했다.

정말 작은 고추씨를 심었는데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신비, 꽃씨를 뿌려 싹이 나오고 자라서 아름다운 꽃으로 내게 기쁨을 주고…물론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물을 주고 풀도 뽑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서 그런지 더 사랑스레 느껴진다.

이렇게 내 눈에 늘 들어오는 자연이 점점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 간다. 요즘엔 동물도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 내손안에 가질 순 없지만 자유로이 날아다는 새, 여러가지 애완동물부터 야생동물까지 마치 사람과도 같이 나를 위로해 준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한 위로를 주는 지도 모른다. 말을 할 순 없지만 대화를 나눌 순 없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끊임없이 내가 살아있음을 일깨워 준다.

오늘은 오후 나절 공원에 가서 놀다 한참동안 같이 논 거위, 오리들…일광욕하던 거북이들, 그리고 잔디밭에 앉아 산들 바람을 맞으며 드리는 묵주기도…아이들이 뛰어 노는 걸 보며 또 행복에 젖는 날이었다. 도랑에서 사는 거위와 오리들은 그 수가 많아서 우리 작은애랑 학교 놀이까지 하였다. 교장샘, 선생님들, 과학시간, 체육시간, 노는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잘못하여 벌받는 아이들까지 그룹 그룹으로 떼지어 노는 거위, 오리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 작은애는 상상력이 쫌 풍부해서 뭐든 가져다 부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그 아이의 상상력에 내가 조금 거들어서 더 재미난 스토리를 만들며 놀았다.

어려서 산에 가면 경사진 곳에서 비료푸대를 타고 놀았던 때가 생각난다. 눈이 오면 더할 나위없는 썰매장이 되는 곳…오늘 공원에서 경사진 곳에서 어떤 아빠와 아이들이 종이 박스로 잔디썰매를 타고 가면서 우리애들에게 종이박스를 주고 가서 아이들이 또 신나게 잔디썰매도 타고 놀았다. 비탈진 땅에서 마치 서핑하듯 포즈도 잡아보고…일명 Land Surfing이란다.

어릴적 내가 산에서 들에서 놀 던 것처럼 이곳에선 우리 아이들이 그래도 자연과 더불어 노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다. 누가 그랬던 것 같다. 자연과 노는 방법을 깨우치면 평생 희망적으로 살 수 있다고…정확한 문구는 생각이 나지 않으나 하여튼 그런 뉘앙스였다.

그리고 사실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 그래서 자연과 노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도 함께 놀자고 용기 있게 말해야한다. 형아들 농구하는 틈에 용기를 내어 같이 노는 큰 아이도 사람과 자연과 더불어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워가는 것 같다.

나도 이곳에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든, 모습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든 하느님께서 만드신 소중한 생명을 가진 모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방법을 배워갈 것이다. 가끔은 외면을 당하거나 거부를 당할지라도 크게 마음 쓰지 않으며 또 흔쾌히 나랑 놀려는 사람은 아마 복받은 거라 혼자 생각하며-제가 사람을 좀 따뜻하고 재미있게 하는 재주는 있는 것 같아- 재미나게 놀아 줄 것이다.

내년봄에는 어떤 꽃으로 앞마당 뒷마당을 채울까 너무 기대된다. 지난 생일에 심어 놓은 수선화는 봄에는 노란 꽃으로 내게 큰 선물이 될 것이고 집에 처음 이사들어 오며 심었던 감나무는 쑥쑥 자랄 것이고 무화과 나무에서도 새순이 돋을 것이고…내년 봄엔 향기가 진한 덩굴 장미를 심어볼 생각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이고 또 그때가 되면 살아서 움트는 생명들이 또 다른 기쁨이 되어 올 것이다.

매일 매일 이렇게 좋은 것을 생각하고 행복을 꿈꾸며 사는 날들이 참 좋습니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좋은 날 되시고 즐거운 주말 맞아 주님안에 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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