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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브람과 소돔 임금/아브라함/성조사[1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7 조회수1,172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2. 아브람과 소돔 임금

 

아브람이 엘람 임금 크도를라오메르와 그와 동맹한 연합군들을 치고 돌아오자, 소돔 임금이 사웨 골짜기로 마중 나왔다. 평소에 쌓은 덕과 들려오는 명성에 걸맞게, 그가 이번 전투에 거둔 큰 성과에 소돔 임금도 기뻤을 게다. 더구나 그가 적들에게 빼앗긴 모든 재물을 도로 찾아오고, 그의 조카와 함께 다른 이들도 도로 모셔오지 않았는가?

 

소돔 임금이 아브람에게 사람들은 나에게 돌려주고 재물은 그대가 가지시오.”하고 말하였다. 이는 승리자인 아브람이 전쟁에서 이긴 것을 가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사실 이스라엘의 판관 시대에는 정복자가 전쟁에서 승리하여 얻은 전리품을 가지는 것은 의당 당연했다. 그러나 판관 시대 이전의 아브람은 전리품을 하나도 차지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손을 들어 맹세하면서까지 그런 권리를 누리려 하지 않았다.

 

아브람이 소돔 임금에게 대답하였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이시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신 주님께 내 손을 들어 맹세하오. 실오라기 하나라도 신발 끈 하나라도 그대의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겠소. 그러니 그대는 내가 아브람을 부자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오.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소.” 이는 아브람이 소돔 임금 덕분에 부자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자신의 명예에 흠을 낸다는 거다.

 

은사를 받은 이들은 개인의 권력이나 부를 절대 추구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는 쓸모없는 것, 하다못해 신발 끈 하나라도 아예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그 이유까지 단호하게 소돔 임금에게 일렀다. “그것은 그대가 내가 아브람을 부자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오.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소.” 그러면서 그는 그 자리에서는 바깥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셀 수 없는 많은 것을 주시는 분이 계시오. 나는 그분에게서 큰 호의를 받고 있소.’라고.

 

암튼 그는 빗나가는 조카 롯에게 선택의 권리마저 양보한 배려로, 하느님의 커다란 은총을 이렇게 받고는 명성까지 얻는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상대가 자신의 언행이 티끌만큼의 가식이라고 생각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일러 준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는 지시를 철저하게 실천했다. 이렇게 그는 순리대로 그저 가져야 할 자신의 권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잘 훈련된 장정들을 식솔로 두고 있었고, 그들의 지도자도 데리고 있었기에 그들의 권리만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젊은이들이 먹은 것을 빼고, 나와 함께 갔던 사람들 곧 아네르와 에스콜과 마므레만은 저희의 몫을 가지게 해 주시오.” 이렇게 그는 배려와 아량이 넘치는 지도자였다. 저들 세 사람은 아브람과 동맹을 맺은 이들이었다(14,13 참조). 따라서 저들의 몫만은 당연히 인정해 주자는 것이었다. 이는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마태 10,10)는 사도적 율법에도 부합하는 것일 게다. 이 대목은 그야말로 아브람이 덕을 얼마나 엄격하고 철저하게 실천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여하튼 아브람의 승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 준다. 그가 승리로 차지한 전리품마저 거부한 것은 그의 마음이 거룩한 것에 가 있음을 드러내 주며, 후대의 사도직 가르침인 물질적인 부의 경멸함을 예지한다. 이렇게 그는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묘사된다. 그가 이처럼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드러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판관들의 시대 때 여러 영웅적인 판관들이 그들 민족을 구원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기에 아마도 그 시대에 성조 아브람도 그들의 구원자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였음을 드러내고자 할 의도였을 게다.

 

사실 호의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다. 이렇게 아브람은 보상받는 것을 마다하고 하느님의 은총에 그저 믿는 이로서의 직분을 다했다. 이것이 그로 하여금 오히려 구원자로서의 평판을 더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소돔 임금과의 이 만남에서, 그는 철저하게 그들의 우상과 세속적인 것에 거리를 두었다. 그는 오로지 믿음의 사람으로 그 어떤 유혹에도 물들지 않고,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선택된 민족의 구원자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이런 그에게 하느님께서는 더 많은 은총을 주시고자 후손과 땅에 관한 계약의 준비를 하고 계셨다.[계속]

 

[참조] : 이어서 '13.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아브람의 후손'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소돔 임금,전리품,판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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