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베품이 쌓이는 그곳이 天國/신앙의 해[21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19 조회수484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갈매 못] 예수 성심상

“적선(積善)하는 사람은 귀신도 두려워한다.”라는 옛말이 있다. 자선의 다른 말이
‘적선’이다. ‘선을 쌓는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다.
악한 기운이 넘어오지 못하게 선행으로 무장한다는 표현이란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자신의 ‘업보’를 없애려면 반드시 적선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살면서 저지른 생활 속의 잘못을 보속하라는 말과 같을 게다. 자선은 이렇듯 사람의 앞날을 밝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적선에는 하늘의 힘이 담겨져 있단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불안해하면
점보면서 부적을 붙이고 액을 쫓는 데에만 열중했지 적선은 생각하지 못한다.
말은 쉬워도 행동은 예로부터 어려웠던 걸까? 남을 돕는다고 모두가 적선이 되는 건
아니다. 참된 적선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할 게다. 예수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우리는 너무 쉽게 적선을 금전과 연관
짓는다. 돈으로 도와야 적선이 된다나. 아니다. 남을 돕는 게 어찌 금전뿐이겠는가?

불교의 보시(布施)에는 세 등급이 있다. 첫째가 무외시(無畏施)이다. 삶의 ‘두려움을
없애 주는 것’을 최고의 적선으로 보았다. 둘째가 가르침을 베푸는 법시(法施)요, 제일
낮은 게 재시(財施)이다. 재물로 도우는 걸 적선의 기본으로 본 것이리라. 그러니 남을
도울 때 진정 요구되는 건 돈과 재물이 아니라 애정인가 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강렬한 적선이 될 게다. ‘다정한 눈빛 하나’가 어떤 도움보다 힘 있는 자선이 된다.
베풀면 반드시 은총이 온다. 하늘의 힘이 그 베품에 늘 함께하면서 지켜 주니까.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1-6.16-18)’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 이는 자기가 한 일이
공치사해야 할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닌걸 아는 게다. 당연한 것이기에
그것을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거다. 또한 좋은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습관이 되었기에 오른손도 왼손도 모르는 것이리라.
 

사실 자선은 우리 마음을 낱낱이 알고 계시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하는 첫째 덕행이다.
자선은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행위이다. 자선은 자신의 이기적인 소유욕을
이겨 냄으로써 올바른 정의를 실현시킨다. 칭찬받으려고 자선을 베푸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섬기는 것이기에 ‘거짓 자선’에 불과하다.

남을 돕는 진정한 자선은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할 게다. 보여주는 선행이 아니라 ‘주님 앞의 선행’이 되게 해야 한다. 남이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은 아신다. 세상에는 그런 선행을 베푸는 이가 참 많다.
끝까지 자신을 감추며 선행이 드러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이들이다. 그들이 별나서
그런 건 아니다. 성령께서 그들을 인도하신 결과일 게다. 따라서 그런 베품에는
누군가가 ‘기쁨’을 아무도 모르게 반드시 주시리라. 아마도 하느님의 은총일 게다.

흔히들 누군가를 돕는다면 돈과 재물을 먼저 연상한다. 넉넉해야
쉽게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일까? 하지만 물질로 베푸는 것만이 진정한 자선이 아니다.
따뜻한 말과 눈빛에서도 얼마든지 자선은 가능하다.
어린이를 칭찬하고 젊은이에게 용기를 주는 것도 아름다운 자선일 게다. 이웃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면서 살고 있다면 그게 가장 큰 적선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풍족해야 베풀 수 있다고 여기는 이가 적지 않다. 결코 그렇지 않다. 물질을 베푸는
것만이 자선이 아니기에. 다정한 말 한마디나 따듯한 눈빛 하나도 훌륭한 자선이
될게다. 성당에 일찍 와서 흐트러진 의자를 정돈하는 것도 자선이다. 마당에 떨어진
휴지 하나를 줍는 것도 자선이다. 만나는 사람에게 다정한 미소를 띠는 것도 어찌 적선
이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베품이 쌓이는 그곳이 우리가 가야 할 곳(천국 : 天國)임을
언제나 명심하자.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에게 자선의 의미를 세삼 일깨우는 것 같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