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20 조회수484 추천수7 반대(0)

사제서품을 받고 처음 본당에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신부님!’이라고 부르면 당연히 저를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처음 사제가 된 후에 본당으로 갔을 때는 신부님!’이라고 부르면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첫 미사를 위한 강론 준비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설레고, 두렵고 떨리던 기억입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만, 그때 가졌던 순수한 마음, 뜨거운 열정은 계속 간직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야기 하더군요.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이를 함께 버리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일들은 습관적으로 하기도 하고, 타성에 젖어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친숙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본당의 전례도 잘 알고, 단체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도 많이 사귀게 됩니다. 업적과 능률을 생각하게 되고, 세상의 잣대로 평가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기도하기 전에 행동하고, 듣기 전에 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교통사고를 내는 사람들을 봅니다. 초보운전자들이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운전을 잘 하는 사람들이 사고를 내는 것을 봅니다. 운전을 잘 한다고 생각하기에 방심하기도 하고, 교통법규를 어기기도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것을 봅니다. 운전을 잘 하는 사람들이 처음 차를 몰고 거리에 나올 때의 마음을 간직하고 운전을 한다면 교통사고의 비율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이야기 하십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평화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오랜 경험으로 익숙해진 편안함을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다. 나의 자리가 보장되고, 수고의 열매를 받아먹는 안전을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워내고, 하느님의 것을 채우는 평화를 이야기 하셨습니다. 편안하고 익숙해진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고 또 다시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감수하는 평화를 이야기 하셨습니다. 同床異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이 생각했던 평화는 , 명예, 권력, 성공, 출세와 같은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유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제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알았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것들을 비워내는 평화를 알았습니다. 친숙하고 편안한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가는 그런 평화를 알았습니다. 세상의 평화는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것이며 풍요로운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무엇일까요? 자기를 비우고, 겸손하며, 기꺼이 삶의 거름이 되는 것을 감수하는 평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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