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말씀 :사순 제2주일 / 루카 9,28ㄴ-36 ]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03 조회수484 추천수3 반대(0) 신고

                                    

 

      

                          변모 사건 - 충격 요법

 

변모 사건은 충격 요법이다. 놀란 베드로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메시지가 그만큼 강렬했던 것이다. 산을 내려오던 다른 제자들 역시 말이 없다. 잠시 혼이 나간 것이다. 예수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를 어떻게 묵상해야 할까.

스승은 알고 있었다. 이제 당신은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고통 받고 죽을 때 제자들이 방황할 것도, 그리고 결국은 옛 직업으로 돌아갈 것을 내다보셨던 것이다. 그대로 둘 순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핵심 제자 세 명을 데리고 산으로 가신다.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충격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늘을 기억하며 용기를 잃지  말라는 의도였다.

그 자리에는 예언자 엘리야와 모세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스승의 마음은 간절했던 것이다. 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모세처럼 다시 나타날 것이다. 십자가의 죽음 앞에서도 좌절하지 말라. 엘리아처럼 다시 올 것이다. 그런 암시였다.그러니 변모 사건은 제자들에게 남기고자 했던 강렬한 애정 행위였다. 그들에게 남긴 마지막 배려였던 것이다.

제자들은 순간이었지만 영원을 목격하고 체험했다. 환상이 아니었다. 헛것을 본 것도 아니었다. 밝은 대낮에 찬란한 기적을 보았던 것이다. 그들 마음에 어찌 스승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으랴. 신뢰와 두려움과 경외감에 휩사인 채 산을 내려왔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체험이 없을까. 우리에게는 그분의 변모 사건이 없을까. 신앙안에서 낙심하지 말라고 그분께서 개입하신 사건은 없을까. 그분께서 주선하신 만남은 없을까. 이것을 찾아내어 묵상하라는 것이 오늘 복음의 교훈이다.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고통과 역경 속에 놓이면 좋았던 기억은 당연한 듯 망각한다. 제자들도 그랬다. 더구나 그들은 스승 곁에서 기적을 체험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수난의 순간이 오자 예수님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다. 변모 사건의 기억도 소용없었다. 부활하신 스승이 다시 찾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주님께서 다시 다가가셨기에 제자들은 사도로 바뀔 수 있었다.

우리 역시 영세 후 많은 은혜를 받았다. 신자가 되기 전에도 그분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진정한 신자는 이러한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잊어버리면 감사할 수 없다. 잊지 않기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신앙은 힘이 된다.

누구에게나 주님께서 개입하신 사건은 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보자. 얼마나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많았던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사건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마무리되었던가. 우연이었을까. 우연인 듯 느껴져도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 역경을 만나 기도한 사람이 역경이 끝나자 지난 시간을 우연으로 돌린다면 얼마나 어이없는 판단인가. 너무 쉽게 그렇게 생각한다. 이것 역시 유혹인 것이다.

한편 우리에게 은혜로운 기억도 있다 고통과 함께 왔다가 유익함으로 마무리된 사건들이다. 주님의개입 없이 가능했을까. 신앙의 힘을 지니라고 그분께서 베푸신 은총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것 역시 신앙인 각자에게 보여준 그분의 변모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은총은 예고 없이 온다.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온다. 하느님은 아버지시기에 필요하다 여기시면 어느때든 내려주신다. 평소의 작은 기도가, 평소의 작은 선행이 결정적 순간에 은총을 모셔오는 것이다. 그분께서 한번만 봐주셔도 우리의 운명은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변모 사건은 부활의 예수님을 미리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러니 사순 시기를 지내면서 가끔씩 부활을 생각해야 한다. 무작정 참고 인내하라는 것이 아니다. 부활을 위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나의 어떤 부분이 부활해야 할지, 참아야 할 순간에 기억하자. 인간은 연약하다. 오죽했으면 스승은 변모 사건을 통해 제자들을 격려했겠는가.

그러니 우리의 부족함 역시 당연한 것이다. 신앙의 위대함과 삶의 기쁨을 깨닫는 사순절이 되도록 하자.

                                                                                                

                                                                               신은근 / 신부, 마산교구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