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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두 천사의 방문/아브라함/창세기 성조사[2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18 조회수1,187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2. 두 천사의 방문 

 

한창 더운 대낮에 주님을 동행한 두 천사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 천막 어귀에 앉아 있는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다. 그들은 거기에서 사라의 이사악 잉태에 관해서 한참이나 진지한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곧장 두 천사는 몸을 돌려 소돔으로 갔다. 저녁때에 그들은 소돔에 이르렀는데, 그때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 롯이 그들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맞으면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말하였다. “나리들, 부디 제 집으로 드시어 밤을 지내십시오. 발도 씻고 쉬신 뒤에,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떠나십시오.”

 

베텔에서 아브라함 삼촌을 떠나 분가해 이곳에 정착 생활을 하면서, 저녁나절 성문에 앉아 쉴 정도의 여유 있는 롯의 현재의 모습이다. 이렇게 롯은 이미 소돔 성읍 주민이 되어 있었다. 롯의 친절한 제안에 두 천사는 아니오. 광장에서 밤을 지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롯이 너무나 간절히 권하자, 그들은 롯의 집에 들기로 하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롯이 그들에게 큰 상을 차리고 누룩 안 든 빵을 구워 주자 그들이 먹었다.

 

사실 이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직접 보낸 천사들이었다. 그들은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너무나 크고 죄악이 너무나 무겁기에, 저들 모두가 저지른 짓들을 낱낱이 알아 볼 셈으로 소돔을 찾은 것이다. 이는 증거 없이 죄를 쉬이 판단하지 말라는 뜻에 따른 것이었다. 죄가 엄청나게 크고 설사 본인들이 그렇다고 시인내지는 자백을 했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증거가 명백하기 전에는 판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리시려는 것일 게다. 다시 말해 아무리 죄질이 나쁜 죄인들을 다룰 때에도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있으리라.

 

그들이 아직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성읍의 사내들 곧 소돔의 사내들이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온통 사방에서 몰려와 롯의 집을 에워쌌다. 그러고서는 롯을 불러 말하였다. “오늘 밤 당신 집에 온 사람들 어디 있소? 우리한테로 데리고 나오시오. 우리가 그자들과 재미 좀 봐야겠소.” 그들 중에는 장차 롯의 두 딸의 사위될 이들도 끼어 있었다. 여기서 재미를 보다의 그들 말뜻은 알다라는 동사로,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사람이 자기 아내 하와와 잠자리를 같이하니, 그 여자가 임신하여 카인을 낳고 이렇게 말하였다’(4,1)에서 잠자리를 같이하니의 직역이 알게 되니,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을 가리킨다. , 롯 집을 에워싼 그 많은 소돔의 남정네들은, 지금 롯 집에 머무는 손님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것, 다시 말해 남색을 원하는 것이었다. 소돔에서 당시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하여, 서양에서는 지금도 남색을 소도미’(sodomy)라고 한다.

 

그들이 손님들에게 남색을 하고자 다들 덤벼들 정도니 그 죄는 가히 상상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렇게 소돔 성읍의 사람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부패할 대로 다 부패해 썩어 있었다. 이러니 그 원성이 하느님에게까지 다다른 것이리라. 이제는 하느님의 준엄한 벌을 면할 길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롯은 찾아온 두 손님을 안전하게 지켜 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주인은 의당 손님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었다.

 

롯이 문밖으로 나가 등 뒤로 문을 굳게 닫고 간청하며 말하였다. “형제들, 제발 나쁜 짓 하지들 마시오. , 나에게 남자를 알지 못하는 딸이 둘 있소. 그 아이들을 당신들에게 내어 줄 터이니, 당신들 좋을 대로 하시오. 다만 내 지붕 밑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니, 이들에게는 아무 짓도 말아 주시오.” 롯은 그들을 설득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임을 절감했으리라. 아니 누누이 이런 일을 수도 없이 목격했으리라.

 

그리하여 그는 달리 다른 뾰족한 탈출구가 없다는 것을 나름으로 알았기에, 손님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생각에서 아직 남자를 모르는 자기 딸마저 그들에게 내 놓겠다고 선뜻 제안한다. 그러나 죄에 익숙한 그들은 롯의 이 간절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들은 롯의 뜻에는 이미 안중에도 없이, 평소의 그들만의 악의에 찬 관행을 습관적으로 밀어붙이며 따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더 원색적 본능을 드러내면서, “비켜라!” 하고는 이자는 나그네살이하려고 이곳에 온 주제에 재판관 행세를 하려 하는구나. 이제 우리가 저자들보다 너를 더 고약하게 다루어야겠다.” 하고는, 그 사람 롯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문을 부수려 하였다. 이제는 롯마저 위협하면서 손님들은 매우 위험한 처지에 빠질 지경이 되었다. 이런 나쁜 행실에는 언제나 선의의 구원이 있기 마련이다. 롯의 손님인 두 천사가 개입하였다.

 

그래서 천사들은 손을 내밀어 롯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다음 문을 확 닫았다. 그리고 그 집 문 앞에 벌떼처럼 설쳐대고 있는 사내들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눈이 멀게 하여, 롯의 집 문을 찾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천사들은 롯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가족들이 여기에 또 있소? 사위들과 그대의 아들딸들, 그리고 성읍에 있는 그대의 가족을 모두 데리고 이곳에서 나가시오. 우리는 지금 이곳 소돔을 파멸시키려 하오. 저들에 대한 원성이 하느님 앞에 너무나 크기 때문이오. 주님께서 이곳을 당장 파멸시키시려고 우리를 보내셨소.”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소돔 전체가 이렇게 타락되어 있는데도 아브라함을 기억하시어 그의 친족인 롯과 그의 가족들만은 살려주시기로 작정하셨다. 어쩌면 아브라함을 떠난 롯은 소돔에서만은 삼촌처럼 선을 행한 의인의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렇게 살았기에 하느님께서 이렇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 건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할 것은 소돔은 철저하게 타락되어 있었고 하느님은 그 타락을 결코 그냥두지 않고 벌하신다는 것이다.

 

롯은 밖으로 나가 장차 자기 딸들을 데려갈 사위들에게 말하였다. “, 이곳을 빠져나가게. 주님께서 곧 이 성읍을 파멸시키실 것이네.” 그러나 사위될 그들은 롯이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느님의 이 간절한 구원의 손길을, 사위될 그들마저 귀 기울이지 않을 정도로 소돔의 악은 마지막에 다다랐다고 여겨진다.

 

이제 롯과 그의 가족은 더는 거기에 머무를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곧 동이 틀게다. 하느님의 시간은 어둠을 뚫고 서서히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밤새 드러난 온갖 죄악으로, 벌하시는 하느님의 최종 결단의 시간은 소돔을 향해 내리 치닫고 있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23. 소돔의 멸망'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천사,소돔의 멸망,소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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