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2월 14일 야곱의 우물- 마태 7, 7-12 묵상/ 염치불고하고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4 조회수483 추천수9 반대(0) 신고

염치불고하고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너희 가운데 아들이 빵을 청하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생선을 청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주시겠느냐?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마태 7,7-­12)
 
백남해 신부(마산교구 장애인 복지관장)
◆수화기를 들었지만 번호를 누르기가 영 힘듭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호흡을 한 번 길게 해봅니다. ‘…내가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맞아 죽을 일도 아니고 까짓 전화 그거 한 통 못해! 안 된다고 하면 ‘고맙습니다.’ 하고 끊으면 그만이지, 에잇 전화하자.’ 다시 수화기를 집어 들고 번호를 확인합니다. 막상 번호를 누르려다가는 망설입니다. ‘과연 선배 신부님이 도와주실까?’ 몇 번이나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다 전화를 겁니다.
 
“여보세요?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백남해 신붑니다. 건강하시지요?”, “어, 그래 웬일인가?”, “저, 다름이 아니라 복지관 후원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 그래 언제든지 한번 와 도와줄게. 힘내고. 좋은 일 하기도 수월치 않은 거야. 뭐, 말 나온 김에 내일 와, 도와줄게”, “예, 신부님.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훨훨 날아갈 것 같습니다. 그냥 전화 한 통 하면 흔쾌히 도와주실 건데 망설이고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장애인 복지관 일을 하다 보면 도움을 받을 일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교구 주소록을 펴놓고 신부님과 본당을 찬찬히 훑어봅니다. ‘어떤 신부님께 전화를 드려보나. 이분이 마음씨가 좋으실까? 저분이 괜찮으실라나….’ 한참을 훑어보다 몇 분이 물망에 오르면 주소록을 뚫어져라 노려봅니다. 그러다 한 분의 이름이 서서히 붕 떠오르면 수화기를 들고 호흡을 길게 가다듬은 후 번호를 누릅니다. 다시 내려놓기 다반사지만….
 
도와 달라고 전화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시골 교구에서는 본당에 도와 달라고 하기가 염치없습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전화를 드리면 대부분 신부님들이 흔쾌히 도와주십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며 아직도 세상은 살 만하구나 싶습니다. 하느님께 청원기도를 올리기가 두렵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만한 삶을 살지도 못하면서 자꾸 달라고만 하기가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염치불고하고 또 기도드립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라는 말씀만 믿고 말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