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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유 위에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31 조회수475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8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코미디 부문 남자 우수상을 수상한 황현희가 말한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었다.
“얼마 전 한 단체가 개그콘서트를 나쁜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진정 국민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웃겨드리겠다.”
황현희가 수상소감에서 언급한 단체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을 가리키는 것이다.
민언련은 그 전 12월 17일 2008년 올해의 좋은방송· 나쁜방송을 발표하면서, 나쁜방송으로 개그콘서트를 꼽았었다.
개그콘서트에서 독한놈들 코너의 여성비하 발언, 대포동 예술극단의 심한막말,
할매가 뿔났다의 패륜적 언행, 봉숭아 학당의 외모비하 등을 이유로 나쁜방송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현희씨의 말처럼 개그맨과 제작진이 고생하는 것은 안다.
시대가 어려울 수록 웃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장점 역시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사실, 그저께도 한 번 보았지만 독한놈들 코너에서 출연자들이 구사하는 용어는
남녀를 불문하고 못생긴 사람을 대놓고 비하하는 말을 해대는 것이 정말 들어주기가 민망했다.
그런 코너에 대해, 출연자들이 들이는 노력을 본다면
나쁜 방송으로 선정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으로 친다면
사실 선한 사람이 착하게 살기 위해 들이는 노력보다,
악한 사람이 목적 달성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불원천리를 달리는 노력은 그야 말로 피눈물 난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듯이,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감추려면 몇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할지 모른다.
악은 사람을 달리게 만든다.
상대의 약점을 캐내기 위해 밤새워 서류를 뒤적이게 만들고,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사람이라도,
한 밤중에라도 달리게 만든다.
“여러분의 입에서는 어떠한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필요할 때에 다른 이의 성장에 좋은 말을 하여, 그 말이 듣는 이들에게 은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하십시오.”(에페 4,29)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한나가 전해주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게 들렸을까?
세례자 요한도 예수님이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요한 1,33),
그래서 나타나엘이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하고 반문했던 것을 보면
한나가 아기 예수님에 대해 전한 소식은 아마도 아무 주목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말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황현희는 조금 더 신중하게 말을 했을 필요가 있고,
그 전에 좀 더 신중하게 비판의 말을 받아들였을 필요가 있었다.
노력한만큼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지만,
즉 정말 열심히 우물을 파고 있었던 건 사실이고 가상한 노릇이지만,
엉뚱한 곳, 샘이 깊지 않은 곳에서 우물을 파고 있을 수 있다.
전 세계가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고 있고,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는 절에서도 트리를 꾸미고 있지만
정말 얼마나 진실 되이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 생활속에서 전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본받는다고 하면서도,
오늘날 이렇게도 지독하게 부유해지고 싶어 하는 우리 모습은 뭔가 너무 이질적이지 않은가?
1독서 말씀처럼, 우리 안에 말씀이 자리 잡고 있다면 악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 안에 구유가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위에 비로소 예수님이 오실 수 있을 것이다.
구유는 참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다.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면서도 가장 보잘 것 없는 분이 되신 하느님,
그래서 우리도 그분처럼 구유위에 우리 몸을 뉘일 수 있을 때
하느님의 육화의 신비가 우리에게도 실현될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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