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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내하는 자, 한나의 만남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30 조회수636 추천수5 반대(0) 신고
 
 

인내하는 자, 한나의 만남 - 윤경재

 

한나라는 예언자,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루카 2,36-38)

 

 

성경에는 종종 숫자가 나옵니다. 그 숫자에 어떤 뜻이 담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두 개의 숫자가 나옵니다. 7과 84입니다. 루카 저자가 왜 굳이 이 두 숫자를 밝혔을까요. 복음서 문맥을 잘 살펴보면 84세의 노인 한나의 일생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유대 관습대로 13세에 결혼했고 7년을 남편과 살았으니 20세에 과부가 되어 64년을 성전에서 지냈다는 설명이 됩니다. (84는 64+20입니다. 20은 7+13, 64는 8 x 8입니다.)

먼저 7은 완전수입니다. 숫자 8은 완성수, 변화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여드레째 할례하고, 주님의 변모도 여드레 날에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성탄 8일 축제 중에 여섯 번째 날이기도 합니다. 성탄 제8일이 바로 1월 1일 새해 첫날로 변화수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고대인은 숫자에 상징적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숫자를 우주의 질서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피타고라스가 나온 이후 수의 개념을 우주의 보편성과 각 객체가 지닌 특수성의 관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타고라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물질이나 이데아, 즉 보편적 존재론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피타고라스는 숫자에 관심을 두어 숫자가 둘 이상의 객체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지니는지 알아보는 척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사과 세 개나 개 세 마리는 전혀 다른 존재이지만, 셋 이라는 수로서 대표되는 전체 내 관계는 언제나 동일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루카저자가 굳이 한나의 나이를 밝힌 까닭은 또 그녀가 지닌 인내의 강도를 설명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한 여인이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청상과부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면 한나라는 여인이 어떤 사람이며 그녀가 지닌 인내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됩니다. 그 긴 동안 자기에게 닥친 고통을 원망하며 지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기엔 64년은 너무 깁니다. 변화의 수를 두 번 곱해야 하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한나가 그 긴 시간을 꿋꿋이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오로지 하느님을 믿고 성전에서 기도하며 기다렸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구원자를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루카복음서 2장에서 루카는 나름대로 어떤 의도를 갖고 복음서를 기록하였습니다. 아기 예수가 이 세상에 오셨을 때 아기 예수를 제대로 알고 지켜본 사람은 정말 적었습니다. 고작 열 명 이내입니다. 그 부모와 천사의 소식을 듣고 믿어서 베들레헴으로 찾아간 몇몇 목자들, 그리고 직관력을 지닌 남성 시메온 또 인내로 하느님께 매달린 한나라는 여인이 전부였습니다. 

루카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주님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려면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양 부모의 ‘겸손의 수고로움’과 시메온의 ‘직관력’과 한나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성덕입니다. 또 루카는 남성과 여성을 균형감 있게 다루었습니다. 두 성이 지닌 특질도 예리하게 잡아내어 독특하게 펼쳐지는 남녀 성의 평등함을 나타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적은 수의 사람만이 구원자 예수를 알아보았으나 점점 창대하게 흐르는 물줄기처럼 나중에는 큰 무리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할 것을 예견한 것입니다. 울울창창하게 흐르는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감히 누가 나서서 막겠습니까? 이천여 년이 지난 현세에 와서 전 인류의 3분의 2가 예수님을 구원자요 주님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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