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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이에게 평화/신앙의 해[4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24 조회수483 추천수0 반대(0) 신고


옛날 옛날의 이야기이다.
한 여인이 가난한 시골로 시집와 농가의 셋방을 얻어서 살았다.
그런데 그녀는 우연히도 주인집 마나님과 같은 달에 아이를 낳게 되었다.
같은 달에 같은 집에서 아이들을 낳으면
한 아이가 죽는다는 미신을 믿은 주인은 그녀에게 나가 아이를 낳을 것을 요구했다.

섣달 엄동설한에 자신의 신세가 부끄럽고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어 허름한 외양간을 찾았다.
이내 통증이 오더니 급기야 그녀는 혼자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정신을 잃었던 그녀는 등에 온기가 있음을 느꼈고
돌아보니 큰 소 한 마리의 등을 기대어 있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아이를 낳으려고 외양간을 찾은 손님을 소가 안쓰럽게 여겼을까! 
 

그녀가 정신을 차려 아이를 보니 몸은 추위에 싸늘히 식어 있었다.
자신의 불쌍한 처지가 아이를 죽였다는 서러움이 북받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죽었다고 여겨진 아이가 차츰 깨어났고
그 아이는 지금은 유치원 원장이 되어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단다.
 

요즈음 많은 이는
예수님께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생각한다.
성전에 꾸며 놓은 구유와 마구간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 가난이 몸에 배어 있지 않은 탓이리라.
그러나 우리 시대에도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저 이천 년 전의 예수님도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게다.
이건 우리가 시간만 나면 나누는 옛날 옛날의 그 이야기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예수님은 이천 년 전에 우리의 죄를 구원하시기 위해
아주 비천하고 초라하게 힘없는 아기 예수님으로 강림하셨다.
아무리 성령의 힘이라지만 오해받기가 십상인 약혼만 한 처녀 총각의 사이에서 태어나시어
지금껏 상식으로는 두고두고 풀릴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긴 상태이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마리아의 고백은
우리 모두의 하느님께 대한 돌팔매다,
 

태어나신 곳도 요셉과 마리아가 함께 살고 있던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 아닌
엄청난 큰 고통을 수반하는 원정 출산이었다.
요셉에게는 첫 아기의 출생이었지만,
유다 지방의 다윗 고을 자기 고향 베들레헴에서
일가친지들로부터는 오두막 방 하나도 마련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예수님은 지금으로는 감히 상상을 거부하는 철저하게 비천한 모습으로 오셨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이 비참하고 초라한 탄생은
하느님께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을 우리는 깊이 묵상해야 한다.
그의 잉태는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마리아에게 사전에 전달되었고,
그분의 탄생일에는 베들레헴 고을의 밤을 하늘의 별들도 찬란히 빛을 밝혔다.
동방의 박사들도 제 각각의 보물 상자에 정성껏 준비한 예물을 마련하여
먼 길을 나서 예수님께 경배토록 하였다.
그리고 그 고요한 밤 그곳에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 강생의 기쁜 소식을 알려 주었다.
더더구나 수많은 하늘의 사람들이 그 고장에 나타나 그분의 탄생을 함께 찬미하였다.
 

예수님은 이렇게 하느님의 치밀하신 연출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지극히 초라한 모습으로 오시어
짧은 공생활을 통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완벽한 계명을 남기셨다.
그리고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유언을 남기시고,
오신 그 초라한 모습과는 달리 부활의 영광을 안고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그분이 이천 년 전의 그 비참하고 초라한 모습으로는
우리에게 다시는 오시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분 말씀대로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웅장한 나팔 소리와 함께
자기 천사들을 거느리고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실 것이다.
그리고는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아
의인들과 저주받은 자들을 구분하는 최후의 심판할 것이리라.
‘너는 왼쪽, 당신은 오른쪽으로!’
이런 그분의 잣대에 우리의 무게는 어디로 저울질 당할 것인가?
그분께서 가리키는 쪽의 자리매김을 이 성탄 시기에 한번쯤 깊게 묵상해보자.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거룩한 밤이다.
주님께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오셨다.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헤아리시는 그분께서 오셨기에 이 밤이 더욱 거룩하다.
하느님의 평화를 청하면서 우리 가운데 오신 아기 예수를 기쁘게 맞이하자.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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