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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기 뷔페집에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20 조회수483 추천수10 반대(0) 신고



고기 뷔페집에서

 

언젠가 식욕이 왕성한 아이들, 젊은 수사님들과 고기뷔페 집에 간적이 있습니다. 종업원들이 차려놓는 즉시 그야말로 ‘싹쓸이’였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갖다놓은 즉시 초토화니 종업원들은 물론 사장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 졌습니다.

 

급기야 사장님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여기 계산하실 분 누구냐’고 저를 찾았습니다. 저는 정중히 사과를 드렸고 일인당 얼마씩 더 추가로 계산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고을 저 고을 전도여행 다니느라 허기진 장정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우르르 떼거리로 몰려들었습니다. 그간 얼마나 쫄쫄 굶었던지 다들 차려놓기가 무섭게 싹쓸이였습니다. 주방 총 책임자격인 언니 마르타는 그야말로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동생 마리아를 한번 보십시오. 언니는 걸신들린 제자들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마리아는 손 하나 꼼짝하지 않고 화사한 얼굴로 예수님 발치에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르타 입장에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겠지요. 생각 같아서는 “마리아, 너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거여? 나 바빠 죽겠는거 안보여?” 하며 당장 주방으로 끌고 갔을 텐데,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예수님께 볼 맨 목소리로 따집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주십시오.”

 

그때 제가 예수님이었다면 너무나 당연히 이랬을 것입니다. “그래, 마리아. 이제 좀 일어나서 언니 좀 도와주지. 사람이 눈치가 좀 있어야지. 빨리 일어나서 부엌으로 달려간다, 실시!”

 

그러나 예수님의 반응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것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제 삶을 돌아볼 때 마다 예수님의 말씀이 백번 지당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실감합니다. 일에만 빠져 있을 때, 일중독주의에 파묻혀있을 때와 영적생활에 우선권을 두면서 일을 할 때와는 천지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살 때,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살아갈 때 우리의 활동은 더 의미와 기치를 지니고 빛을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적생활에 우선권을 둘 때 우리가 행하는 모든 사도직 활동은 훨씬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기도 없이 일에만 목숨걸때 우리는 쉽게 지칩니다. 불평불만은 쌓여만 갑니다. 마르타처럼 다른 사람을 탓합니다. 그리고 쉽게 포기해버립니다.

 

일만을 위해서 일을 할 때, 일 중독자들의 끝은 결국 허탈함이며 공허함이며 허무입니다. 플러스알파를 찾아야 할 순간입니다. 바로 마리아처럼 하느님께 나아가는 일입니다. 하느님 발치에 앉은 일입니다.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똑같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너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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