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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66) 민들레 꽃 묵주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0 조회수733 추천수5 반대(0) 신고
 
- 이글은 지속적인 청체조배회에서 발간하는 <성체조배  2008 / Vol.44> 에 실린 글입니다.-  
 
어제까지 바빴고 오늘부터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못난 솜씨를 활자화 해 주시고, 가끔은 사진도 올려주시는 보답으로 담당 수녀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늘 반갑지요. 뭐! 서로 얼굴 마주 대할 일이나 사건은 없었어도 세상에서 자격이라는 기준 안에 들어 본 적이 없는 글을 실어주시고, 사진을 담아주시는 감사가 크지요. 저는 아직, 아니면 앞으로도 쭈우욱 자격이나 기준 안에 들지 못하는 영원한 아마추어 일지라도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프로는 되고 싶으거든요. 아~ 참! 그것도 어려울랑가 모르것네요. 근래에 제가 엄청이로 좋아하는 시인께서 평화방송에서 글과 신앙에 관하여 품격높은, 근사한 모습을 보여 주셨거든요. 아~! 나는 저런 분들을 따라서 흉내조차 낼 수가 없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또 수녀님과 전화로나마 이야기 나눈 흥분을 살려서 옮겨 봅니다.  히힛~! <수녀님, 고맙습니다. 히힛~!  >
 
 
 
 

 
 
  (466) 민들레 꽃 묵주
                                 이순의
 
 
 
 
 

† 찬미 예수님

성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순의 제노베파입니다.

서울 집에 다녀왔는데요. 우편함에는 반장님께서 편지지와 기도지향과 작은 쪽지편지를 담아두셨더군요. 성모님성월에 지향기도를 드리고 편지도 써서 본당 성모님의 밤에 함께하자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성모님. 저는 본당에서 알려주신 지향기도를 봉헌하지 못했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은 함께 해 보았지만 마음처럼 따르지를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모님, 곱고 예쁜 이 편지지에 마음을 담아 올려드리는 편지는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곳 산골성당에서도 성모님께 편지를 써 오라고 하셨거든요.


성모님,

서울본당에서는 지향기도와 편지만 가져오라 했는데 이곳 산골성당에서는 꽃과 편지를 가져오라 하시네요. 성모님께 꽃을 드리자는 공지사항을 듣고 고민이 되었습니다. 산골의 5월은 지천에 널려있는 것들이 꽃인데 꽃집에서 꽃을 사서 드리자니 제 마음에서 찬미 드리는 재미가 덜 할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지천의 꽃들 중에서 골라보려 하니 성모님의 밤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시들어버리면 너어무 실망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생각, 생각, 또 생각만 하다가 그래도 저는 야생의 풀꽃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요. 성모님, 야생의 풀꽃이 밤까지 싱싱하게 기다려 줄지 몰라서 오늘 낮에 민들레 한 송이 따다가 물 컵에 담가 보았습니다. 오늘 밤까지 잘 있어준다면 내일에 있을 산골 성당의 성모님의 밤에 야생풀꽃으로 한단짜리 묵주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예쁠 것 같지요? 성모님.

 

예쁘게 만들고 싶습니다. 히~!

 

올해는 산골의 작은집에서 큰집으로 이사를 해서 거실도 있습니다. 거실이 있으니 텔레비전도 있고요. 텔레비전이 있으니 평화방송도 봅니다. 농장일로 피곤한 몸과 밝지 못한 눈 때문에 시간을 마련하여 읽고 쓰는 신심행위가 어려워지다 보니 교회방송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밥 짖고, 반찬 만들고, 설거지 할 때 틀어 놓을 수 있어서 좋아요. 더구나 육신이 지친 저녁시간에는 설거지도 미루고 잠이 드는데요. 새벽에 일어나 밀린 설거지도 하고, 하루 동안 먹을 반찬준비도 하고, 이 시간에는 공영방송 채널들이 취침중이라서 새벽교회방송은 참으로 좋습니다. 특히 새벽에 드리는 신학교성당의 신학생들과 수녀원 안의 수녀님들, 성지의 교우들이나 레지오단원들이 드리는 묵주기도는 참으로 신선한 감동이었습니다.

 

성모님,

일부 대지에 씨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때맞추어 주신 비도 너무나 감사하지요. 떡잎이 두 잎 나와서 손을 흔듭니다. 너무나 귀엽습니다. 성모님, 저 어린 새싹들이 자라서 출하될 때의 시장 시세를 저는 모릅니다. 아는 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농군의 마음은요. 그 시세를 모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씨를 심었더니 하늘에서 비가 오시고 그 덕으로 걱정도 없이 초록 떡잎 두 장을 펼치셨으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성모님께서도 아들 예수님께서 33년 후에 저렇게 처참한 고통을 당하실 줄 모르셨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린 아기 예수님을 구유에 눕히는 순간의 기쁨과 행복이 형언할 수 없는 만족이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고단한 수고에 감사하고, 그 감사의 결과에 행복해 하며 살고 있습니다. 결실의 순간에 놓여 질 이익을 모르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결실의 순간에 시세가 없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좌절을 먼저 할 것 같아서 싫고요.

결실의 순간에 시세가 월등히 높을 것을 먼저 알게 된다면 교만한 허영에 들뜰까봐서 싫습니다.

 

성모님,

씨를 심었으면 그 다음, 떡잎을 만나는 것 외의 그 어떤 것도 알아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지요?! 그게 우리가 주님을 믿어 살아야 할 이유이고 의미인 것 같습니다. 또한, 농군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방법 중에서 가장 진실한 자세가 아닌지요?! 

열심히, 차근차근히, 충실히, 행하며, 가꾸며, 일구며, 살아가겠습니다. 늘 초심을 잃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라고 순명하신 항구한 믿음을 저도 따라 이루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멘>


저와 함께 농장에서 수고 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안전을 기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요,

성모님이 계셔서 성모님을 알고 성모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복합니다. 성모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내일은 민들레꽃묵주 만들어서 찾아뵐게요.

히히~!

                            2008년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오대산자락에 머문 이제노베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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