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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로 세례받는 이형에게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0 조회수1,504 추천수6 반대(0) 신고
 
 

새로 세례받는 이형에게 - 윤경재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28-38)

 

 올 크리스마스에 세례를 받는 이형에게,

 먼저, 세례받아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되어 축하합니다. 교리교육을 받겠다고 자청하고 벌써 한 주 교육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외짝교우로 지냈던 처제가 간절히 원했고 두 딸이 열심히 기도한 덕분이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결심한 공로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내게 대부를 서 달라고 부탁했을 때 매우 기뻤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기꺼이 승낙했습니다. 영적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새로운 관계를 맺는 기쁨이 더 크기에 내게 부탁하지 않았다면 섭섭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교리교육은 이기양 주임신부님께서 어련히 잘 가르쳐 주셨겠지요.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이해해야 할 것도 많아 어리둥절했겠지요. 어쩌면 몇몇 교리는 깊게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 갔을 수도 있겠지요. 쉰이 넘은 나이로 세례받으니 이번 기회에 분명히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님 마리아께서 동정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낳으셨으며 또 평생 동정이셨다는 교리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약간 도움을 주고 싶군요.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셔서, 당신에게서 멀리 달아나기만 하는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외 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셨고 그분의 수난과 죽으심과 부활 공로로 우리도 구원받아 영생을 누리게 되었다는 첫 번째 교리를 믿는다면 저절로 이해가 된답니다. 가톨릭의 모든 가르침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성경과 교부들의 가르침이 모두 여기에 근거합니다. 비록 성경에 구체적 표현이 나타나지 않지만 삼위일체 교리는 타 종교와 크리스천을 구별하는 잣대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얻는 첫 번째 유익은 성령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영입니다. 인간이 육신과 정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성령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은 잘 몰랐을 겁니다. 인간이 죄인이라는 것은 꼭 무슨 죄를 지어서라기보다 이 성령을 거부하고 하느님에게서 도망갔기에 생겨난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성령을 받아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과 관계를 새롭게 맺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죄 없으신 분이므로 올바른 관계를 맺으려면 우리도 죄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성령을 부어 주셔서 죄 사함을 받는 것이죠. 

 구약에서도 성령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마리아께 성령이 내려와 잉태하고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는 신약의 출발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새롭게 인간을 구원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신 것입니다. 구약의 백성은 하느님을 알았으나 자주 배반하여 하느님의 구원을 올바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직접 개입하시기로 작정하신 것입니다. 그 계획대로 마리아를 택하셔서 성령으로 잉태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고지선하신 하느님께서 죄 없고 깨끗한 마리아를 배필로 삼으셨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됩니다. 의심이 생겨날 여지가 없죠.

 우리도 세례 때 그런 성령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마리아와 달리 우리가 아드님을 낳지 못하는 까닭은 아직도 죄에 물들어 있으며 죄를 지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아드님을 낳지 못하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일은 우리가 변해서 아드님을 닮는 일입니다. 기쁘게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더러 한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그 말씀은 이미 실현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지켜나갈 과제이기도 합니다. 성모님께서 지키셨던 믿음의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할 모범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고 낳아야한다.” 쉽지 않겠지만 성모님을 닮자는 뜻으로 이해하십시오.

 다시 한 번 영세를 축하하고 언제나 세례받던 날의 마음을 잃지 말고 지내길 바랍니다. 대부로서 모범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해 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온 가족과 형제에게 함께하시길 두손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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