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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붕어빵을 먹으며
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8-11-19 조회수6,196 추천수10 반대(0) 신고

 붕어빵을 먹으며.

 

 보통 닮은 사람들을 놓고 붕어빵처럼 찍어 놓은 것 같다고 하죠. 똑같은 틀에 넣어서 구우니까 나온 말일텐데, 요즘 저는 붕어빵도 다 다르다고 말합니다.

 명동성당 근처에서 파는 붕어빵은 여느집 붕어빵과는 다르답니다. 일단 팥이 꼬리까지 꽈차서 흘러 넘칠 정도니까요. 그리고 그 반죽도 다른 집과는 좀 달라서 무척 맛있는 붕어빵이지요. 또 무엇보다 그 붕어빵을 굽는 할아버지의 마음 때문에 놀랄때가 많습니다. 여러명이 몰려가서 천원 어치만 달라면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걸 먹느냐며 곱절로 주실때가 많습니다.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죠. 처음에는 맛있어서 가다가 이제는 그 마음 때문에 들를 때가 많습니다.

 집에서 텔레비젼보다가 붕어빵이 먹고 싶어도 내일 가서 그 할아버지네서 사먹어야지 하며 참을 때가 있을 정도니까요.

 

 요즘 루가복음에서는 계속해서 다가올(다가오고 있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 나라가 다가올 때 상상이 되지 않을때가 있고, 예수님도 꽤나 어려운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복음을 묵상하다보면 하느님 나라는 여러 가지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저는 쉽게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려보기도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지 못하는 예루살렘의 사람들을 보면 눈물까지 지으시더군요. 어제 복음에서는 금화의 비유를 들어 알쏭달쏭한 말씀을 하셨구요.

 

 그리고 종말이 다가올 때 거짓의 하느님 나라가 여기저기서 선포된다고 하니, 저같은 사람에게는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붕어빵을 먹으며 묵상을 해봅니다. 어쩌면 거짓 예언자들이 선포하는 하느님 나라나, 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 나라도 겉모습은 붕어빵처럼 똑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요. 하지만 예수님이 선포하고 내가 바라는 하느님 나라는 그리 평범한 붕어빵은 아닐 것 같습니다. 같은 틀에서 구워내지만, 그 재료와 비법이 틀려 먹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찾게하는 그런 붕어빵같은 나라. 몸통에만 단팥이 꽉 찬 그런 붕어빵이 아니라 머리부터 꼬리까지 꽉 차서 사람들을 웃음짓게 하는 그런 붕어빵같은 나라가 아닐까요. 그리고 붕어빵을 구워내는 그 할아버지의 정직함과 순박함 속에서 호흡하는 나라, 그것이 하느님 나라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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