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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깨어 기다리는 군자(君子)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9 조회수619 추천수6 반대(0) 신고
 
 

깨어 기다리는 군자(君子) - 윤경재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루카 1,5-25)

 

 아이가 자라면서 걸음마를 배울 때 처음 몇 번은 손을 잡아주지만, 나중에는 혼자 일어서고 걸으라고 일부러 손을 뗍니다. 아이가 계속 부모의 손을 잡고 걸으려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걸음마를 배운 게 아닙니다. 

 즈카르야도 주님의 천사 가브리엘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그만 거절당했습니다. 미숙한 신앙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습니다. 자기 확신을 원하는 신앙은 걸음마를 배우는 초기단계에서나 필요합니다. 성숙한 신앙으로 나가려면 아버지의 뜻을 시험해 보려는 갈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느님이신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과 수난받고 돌아가셨으며 부활하신 일이 바로 당신의 뜻을 계시하신 것입니다. 이 일련의 소식보다 더 큰 계시는 없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즈카르야가 어리석은 자신의 목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벙어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제대로 자리 잡고 나서 즈카르야는 성령에 가득 차 아름다운 찬양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매일 성무일도를 바칠 때 즈카르야의 노래를 아침마다 따라 부릅니다. 우리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올바로 주님을 찬양하자는 뜻일 것입니다. 즈카르야라는 이름의 뜻이 “주님께서 기억하고 계신다.”이듯 당신의 계약을 잊지 않으심을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한 개인의 치욕을 통해 역사하시는 주님의 뜻을 인간의 소견으로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즈카르야의 이야기는 비록 내가 치욕을 당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주님께서 기억하신다는 믿음으로 주님을 증거 하여야 한다는 본보기입니다. 

 우리는 자주 어떤 상황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자기가 어떤 직책을 맡았다면 곧 그 자리가 자신인 줄로 착각합니다. “완장을 차면 사람이 달라진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입니다. 이와 반대로 무엇인가 잃었을 때 자신의 전부를 잃었다고 착각하고 우울에 빠집니다. 왕년에 무엇이었다고 내세우거나, 내가 어떤 능력이 있었는데 세월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하거나 하는 행동이 모두 자신을 대상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르지만, 속으로는 같은 심리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우리가 본래 하느님의 자녀라는 자기의 참 모습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저 껍질만 변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때 ‘내 것’이었거나 ‘내 것’이 되지 못한 것 때문에 진실 된 자기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논어 자로(子路,13/23)편에 공자는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君者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同의 해석을 동일시(同一視)라고 하면 뜻이 선명해집니다. 그러면 和는 본래의 자기를 알아 이웃과 화합하는 자세가 됩니다. 즉 소인은 어떤 상황에 자기를 동일시하여 일희일비하거나 어떤 물건과 동일시하여 참 자아를 잃어버리는 사람이고, 군자는 참 자아를 지켜 외부의 어떤 것, 누구와도 형제애를 느끼며 질서 있게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사람일 것입니다. 군자는 독립하면서도 화합하는 큰 세계를 깨달았기에 곧 사라질 껍질에 매달리지 않습니다. 자기 확신을 위해 증거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공자의 깊은 뜻을 후대 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해서 이상하게 해석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앞에 나온 同과 뒤에 나온 同의 해석이 달라져 어색하게 들리기만 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어 기다리는 자가 군자입니다. 군자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본래 모습을 찾으려 한다면 누구라도 군자가 될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아들딸이 군자입니다. 쓸데없이 헛것에 유혹당하면 자기가 누구인 줄 몰라 스스로 괴롭기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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