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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셉의 의로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8 조회수642 추천수5 반대(0) 신고
 
 

 

요셉의 의로움 - 윤경재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마태 1,18-21)

 

 요셉은 약혼만 하고 같이 살지 않은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마리아가 요셉에게 자세한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요셉은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억울함과 분노와 원망을 표하기에 앞서 깊은 묵상을 통해 일단 마리아가 해준 설명을 믿기로 했습니다. 평소 마리아의 품성을 잘 알았으므로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대로라면 마리아가 잉태한 아이는 성령의 힘으로 생긴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요셉은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하신 일이라면 자신이 알지 못 하는 어떤 계획이 담겼을 것이다. 또 시집 안 간 처녀가 아이를 잉태하리라는 예언이 이사야 예언서에도 기록돼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미소한 인간인 내가 어찌 하느님의 뜻에 간섭할 수 있겠는가?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택한 사람이고 잉태한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닌 것이 분명하니 내 소유로 둘 수는 없다. 또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하여 마리아를 율법대로 처분할 것이 분명하니 조용히 일을 해결하려면 파혼해 마리아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 좋겠다. 하느님께서 마리아와 뱃속아이를 돌보아 주실 것이다.

 요셉은 미처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뜻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를 신비로 남겨두려는 순수한 심성이 그가 의인이라 말해줍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마리아가 잉태한 아들에게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이라는 신앙의 혈통을 잇게 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주의 천사를 보냅니다. 요셉의 꿈속에 나타난 주의 천사는 마리아의 이야기대로 잉태된 아이가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아이에게 예수라고 이름을 지으라고 알려줍니다. 그분께서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는 분부대로 요셉은 실행합니다.

 요셉 성인을 의롭다고 부르는 까닭은 단순히 마리아가 율법에 따라 처단될 것을 염려하여 파혼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자기가 소유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평생 이 사실을 침묵 가운데 지켰습니다.

 CM 마르티니 추기경은 종교인이 범하는 유혹 가운데 하나가 자기가 하느님의 뜻을 안다고 자만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이단과 오류가 나타난다고 경계했습니다.

 엑카르트가 말하는 영적 가난 중에 ‘아무것도 알지 않는 것’의 본보기가 바로 요셉성인의 태도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를 신비로 남겨두고 자기의 섣부른 해석을 삼가는 자세입니다. 

 요한복음서 14,8에서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라고 청했을 때 예수님께서 야단치시며 거절한 연유가 바로 하느님의 뜻을 알았다고 자만하는 것을 염려한 까닭입니다.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자 열망하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아셨기에 책망하셨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자기가 하느님의 뜻을 안다고 외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 눈앞에 기적이 일어나야 신앙을 갖겠다고 말합니다. 이 두 모습이 전혀 반대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확신을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기적을 바라는 일이나 기적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일 모두 참된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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