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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족보는 하나의 악보입니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8 조회수482 추천수1 반대(0) 신고
 
 

예수님의 족보는 하나의 악보입니다 - 윤경재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이 모든 세대의 수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가 십사 대이고,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가 십사 대이며,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십사 대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마태1,1-25)

 

 

음악을 연주하려면 악보를 잘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악보에는 오선지에 음표와 각종 기호가 적혀 있습니다. 음표는 한 음의 음정과 길이를 나타냅니다. 음악은 여러 음이 연결 지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상입니다. 하나의 음이 공간에서 울리고 나서 다음 음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마치 팝콘을 볶을 때 냄비 안에서 밖으로 다 익은 옥수수를 밀어내듯 음들이 동시에 또는 연이어 터져 나옵니다. 음들이 밀려오는 울림에 젖어 우리는 감동하고 나아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악보에는 작곡가의 느낌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연주하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작곡가와 교류하게 됩니다.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음악이 재생되기를 바라며 작곡가는 혼을 기울여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습니다. 그런데 모차르트 같은 이는 음악을 작곡할 때 모든 음표가 한꺼번에 떠오른다고 합니다. 첫 음에서 마지막 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어떤 조화로 연주될지 한꺼번에 작곡하여 머릿속에서 듣고 악보에 기표했다고 합니다. 그는 머릿속에서 들리는 선율보다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걸려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또 대부분 지휘자는 그 긴 교향곡을 암보하여 지휘합니다. 그래야 음악다운 음악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도 가끔 그런 체험을 합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처럼 귀에 익은 악장은 시작 몇 음만 들어도 어떻게 진행하고 어떻게 끝맺음할지 압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할 때 돌덩어리가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어서 감추어진 본 모습을 드러내 달라고.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위대한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덧붙은 돌을 깎아내는 일을 할 뿐이라고 늘 말했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숨겨진 진실을 쪼아냈을 뿐이라는 고백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족보를 읽을 때마다 저는 모차르트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하느님께서 족보에 나오는 각 사람이 나타내는 음표를 가지고 하나의 음악을 작곡하셨으며, 예수님께서는 거대한 돌덩어리를 가지고 생명이 숨 쉬는 걸작을 쪼아내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하나의 통으로 완성된 작품이 떠오르듯 예수님의 족보와 성모 마리아의 잉태를 들으면 하나의 완성된 음악이 떠오릅니다. 음악이 완성을 위해 고저장단과 선율을 갖듯, 인간의 삶도 고저장단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믿음과 다윗의 신의와 바빌론 유배는 마리아의 잉태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었습니다. 우리의 눈과 귀는 이 작품을 온전히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족보라는 악보를 가지고 하느님께서 지으신 음악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작곡가가 의도한 대로 연주하고, 또 음악답게 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같은 악보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때로는 소음으로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 받아 눈물짓게도 합니다. 

훌륭한 연주를 들으면 우리는 음악 일부분이 되었다는 공감을 받습니다. 자신이 살아 숨 쉬는 것도 주님께서 작곡하신 음악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창조와 종말 사이에서 시공간에 울려 퍼지는 각 음표는 우리의 심장 박동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각 음표가 이웃 음과 조화를 이루며 음악을 완성하듯 우리도 그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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