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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안에서 사는 악령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09 조회수482 추천수5 반대(0) 신고
 
 

내 안에서 사는 악령 - 윤경재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루카 11,15-26)

 

 

요사이 일반 사람들은 세상에 악령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합니다. 특히 천주교 교우들이 악령이 실재한다고 말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더군다나 내 안에 악령이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라 자빠집니다. ‘아니, 기껏 성당에 다닌다고 말하더니 악령을 모시고 산다는 말이야?’하고 반문합니다. 

성경 공부 봉사를 하다보면 시작하고 초기에 많은 교우가 유혹당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모임에 계속 참석해야 하는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지 갈등하게 하는 곤란을 당합니다. 결석해야 하는 사정이 꼬리를 물고 생깁니다. 제가 봉사하고 초기엔 그것이 악령의 장난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몇 년 전에 왜? 매번 그런 교우들이 꼭 생길까 하고 의심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왜 나오지 못하게 되었는지 사정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분들께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예전에 없었던 다른 모임과 중복된다든가, 회사에서 다른 일을 맡는다든가 하는 사소한 일부터, 갑자기 집안에 우환이 생기는 일, 아이가 학교에서 말썽을 부려 고민하게 하거나, 배우자가 눈치를 주는 일 등등 많았습니다. 꼭 이래도 되나 하는 갈등이 생겼습니다. 다음번에 공부하지 뭐 하는 마음이 들도록 유혹하였습니다. 결국 성경 말씀을 알아들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신청하였던 처음 각오가 무산된 것입니다. 

그럴 때 그분들께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유혹하는 악령의 장난일지도 모른다고 충고하고,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 잡기가 어렵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금세 수긍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악령은 초창기에 특히 더 심하게 날뜁니다.

처음 영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냉담에 빠지는 교우들이 제법 많습니다. 세례 때 악령을 끊어버린다는 서약을 하고 몸과 마음이 깨끗해졌으나 막상 성령으로 굳세게 다잡지 못해서 생긴 유혹 때문입니다. 가끔 교회에 입교하고 났더니 더 힘들고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분들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더 악한 영 일곱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라는 말씀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신 안에 숨어든 악령을 식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성당 모임에 참석할 때 자신이 악령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시골의 작은 성당에서 한 아이가 주일 미사를 돕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잠시 한눈파는 순간 제단의 포도주를 바닥에 쏟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신부는 소년에게 ‘바보 같으니,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마라!’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년은 나가서 다시는 성당을 찾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성당에서 한 아이가 주일미사에서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그곳의 신부는 ‘괜찮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잖니? 나도 어릴 때 실수가 잦았단다. 너도 커서 신부가 되겠구나.’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성당에서 쫓겨난 아이는 공산국가 유고에서 악랄한 억압정치를 편 대통령, 조셉 브로즈 티토가 되었고, 격려를 받았던 다른 아이는 미국의 유명한 대주교 풀턴 J. 쉰이 되었습니다.

성사를 집행하는 신부라도 얼마든지 악령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알게 모르게 악령의 유혹에 빠져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입니다. 

악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옵니다. 사람의 모습으로, 뱀의 모습으로, 사물의 모습으로 은밀하게 다가와 유혹합니다. 그러나 악령은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일으키도록 하는 힘이 있습니다. 후회해도 소용없게 만드는 위력이 있습니다. 악령은 말이나 행동으로 남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기에 악령은 내 안에서 사는 실재입니다. 

참된 신앙인은 악령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약해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악령의 유혹에 빠질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정기가 약해지면 사기가 침범해 병을 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신종 플루 같은 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에 노출되거나 몸의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바이러스에 침범되기 쉽습니다. 또 아무리 바이러스에 노출됐어도 잘 씻어내고 방비를 철저히 했다면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즉 병의 존재를 인식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남에게는 악으로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소름끼치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자신이 약해서 악령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고백한다면 참된 신앙인의 모습에 가까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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