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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내자와 그리스도인의 역할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0 조회수664 추천수3 반대(0) 신고
 

안내자와 그리스도인의 역할



   오늘복음에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 대해 두 가지 평가를 내리십니다.

처음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라는 말씀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라는 말씀입니다.


   첫 부분은 이해가 잘 됩니다.


   그러나, 둘째 부분 곧,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이라도 그보다 크다.” 라는 말씀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어떤 인물입니까?


   복음에서 알려주듯이,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요, 그 어떤 예언자보다 더 크고 위대한 인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오시기로 예언된 엘리야 예언자가 바로 세례자 요한이라고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예수님 보다 먼저 오시어 예수님의 길을 닦고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맞이할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러한 요한이.. 세상에 태어난 인물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이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이라면, 과연 하느님 나라는 어떤 사람이 갈 수 있는 나라일까요? 얼마나 더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이라야 갈 수 있는 나라일까요?


   우리의 최종 목적은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중에 몇 명이나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을까요? 저 같은 니나노는 생각조차 하지 말고, 진작 포기해야할 것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예수님의 말씀은 세례자 요한이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닦고 사람들에게 주님을 전해준 사람입니다.

안내자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안내자로서 생활하다가 순교를 당했습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안내자로서 지녀야할 모습, 자세에 대해 알려주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는 안내를 받은 사람임과 동시에 안내자입니다.  사제로서 저는 안내자입니다. 미사와 성사집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고, 구원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안내자 입니다. 어제부터 성탄 판공성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고해실안에서 고해성사를 청하는 분들께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해주고, 죄를 용서하는 사죄경을 염해줍니다.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격려해 주고 다시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실제, 성실하게 성사에 임하는 분들은 죄의 용서를 받고, 하느님의 은총의 물로 목욕을 해서 기쁜 마음으로 고해실을 나섭니다.


   그런데, 사제로서 제가 그렇게 신자 분들에게 예수님을 전해주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을 안내해 주면서도 정작 저 자신은 예수님과 멀어질 수도... 구원에 길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구원해 주면서도 저 자신은 구원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상대방은 예수님께 인도해 주면서 저 자신은 예수님과 멀어지는 것!’ ‘안내자로서는 충실했다고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는 충실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안내자로서 제가 경계하고 늘, 조심해야할 모습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본당에 쉬는 교우 방문이 한창입니다.

며칠 후면, 여러분들이 인도한 예비신자 분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세례 성사가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분들은 예수님의 안내자로서, 쉬는 교우들에게 다가갔고, 아직, 세례를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예수님을 전해주고, 교회로 인도해 왔습니다. 이런 모습이 안내자로서의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남은 그렇게 잘 인도해주면서도, 정작 여러분스스로는 안내하는 예수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구원에 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과 멀어지고, 구원에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우리 모든 신앙인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래도 저보다는 낫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하느님을 만났을 때, ‘삶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지만,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또한, 오늘 복음 말씀은 세례를 받은 우리에게 어떠한 희망을 전해주는 말씀도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례자 요한이 구약에 마지막 예언자요, 하느님 보시기에 훌륭한 일을 한 인물이라도, 우리가 얻은 지위, 곧 하느님 자녀라는 칭호는 얻지 못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심지어는 예수님께 까지 세례를 베풀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예수님께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우리 눈에 훌륭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아직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준 그리스도인이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교회는 구원의 보편성을 갖고,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합니다. 하지만, 그 구원의 가능성은 명확하지가 않고 좀 에매 모호합니다. 아무리 예수님 마음에 드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한다 하더라도...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였지만, 구원의 기쁜 소식은 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을 예수님께서 인도했지만, 스스로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헤로데에서 죽음을 당하여 순교했지만, 순교 의미에 대해.. 예수님의 십자가상의 죽음에 동참한다는 참된 순교의 의미는 알지 못했습니다.(교만으로 똘똘 뭉친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러나, 우리는 세례를 받은 신앙인입니다. 구원이 명확하고, 구원받는 다는 확실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요한이 아무리 위대하다 하더라도,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보다 덜 위대하지 않을까 감히, 교만한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자 요한은 위대한 분입니다. 비록, 안내자로서 충실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안내자로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안내자로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음을... 혹, 안내자로서 구원을 받더라도 명확하지 않음을... 깨우쳐주는 위대한 스승이요, 예언자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진리를 알려준 세례자 요한께 감사드리며, 우리도 안내자로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충실할 것을 다짐하며 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도록 합시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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