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2월 10일 야곱의 우물-마태 11, 28,30 묵상/ 눈송이의 무게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0 조회수706 추천수5 반대(0) 신고
눈송이의 무게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28-­30)
 
 
 
 
◆예수께서 사셨던 당시 이스라엘에는 십계명에서 파생되어 나온 613가지의 율법이 있었는데 이 많은 율법은 개인적 양심의 역할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무조건 지켜야 했습니다. 게다가 율법학자들의 권위에 대한 복종까지 요구되었으니 보통 사람들의 어려움은 그야말로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러한 율법으로부터의 안식을 위하여 예수께서 편한 멍에와 가벼운 짐을 제시하셨으니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이제 우리는 사랑의 법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 특히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보았을 때 그 사람을 사랑으로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상의 짐은 무겁고 예수님의 짐은 가볍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느끼십니까? 혹시 세상의 무게에다가 예수님의 짐까지 지고 있다고 생각되십니까, 아니면 예수님의 짐이 무겁게 느껴지십니까?
 
어느 날 아주 작은 박새가 비둘기에게 물었습니다. “눈송이의 무게를 알고 있니?” 비둘기가 대답했습니다. “눈송이의 무게라고? 눈송이에 무슨 무게가 있겠어. 허공처럼 전혀 무게가 없겠지.”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봐.” 박새가 말했습니다. “눈 내리는 전나무 가지에 앉아 있었어. 할 일도 없고 해서 눈송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지. 가지 위에 쌓이는 눈송이 숫자를 말이야. 눈송이는 정확히 374만 1,952개였어. 그런데 말이야….” 박새의 잔잔한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다음 374만 1,953번째 눈송이가 가지에 내려앉으니까 가지가 그만 뚝 부러져 버렸어. 무게가 없는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았는데 말이야!” 박새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 생각에 잠긴 비둘기가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그래, 맞아. 단 한 사람의 목소리가 부족한지도 몰라. 세상이 변화하는 데는.”
 
눈송이 하나가 무슨 무게가 있겠는가마는 어느 순간 떨어진 눈송이 하나에 가지가 부러진 것은 아닐까요. 그 한 송이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마 상상도 못했겠지요. 세상의 변화도 우리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필요로 하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말에 무슨 힘이 있겠는가마는 눈송이 하나에도 가지가 부러지듯이 말입니다.
 
이제 우리의 짐도 변함없이 무겁다고 느끼겠지만 단 한 번의 기도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짐이 가벼워진다면 그건 그 짐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바로 주님이 함께 져주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이렇게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짐을 함께 지고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함께 지고 가신다면 우리의 인생길은 가볍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최용진 신부(서울대교구 연희동 천주교회)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