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고통의 은혜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3 조회수919 추천수14 반대(0) 신고

 

 

 

대림 제 4 주간 화요일 - 고통의 은혜

 

 

 

 재작년 여름에 ‘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대학 프로그램을 따라 거의 한 달간 터키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헤드폰을 많이 껴서인지 아니면 바이러스가 들어가서인지 여행 중간쯤부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순한 것으로 여겨 여행을 마친 뒤 로마로 돌아와서 병원에 갔더니 입원을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많은 검사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로는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그렇다고 했지만 아무리 주사를 놓아도 좋아지지가 않았습니다. 한 십일 정도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였습니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 매우 겸손해짐을 느꼈습니다. 유럽은 병원 치료비가 무료입니다. 대신 간호사들이 자신들이 돈을 대신 내주는 양 입원 환자들을 불친절하게 대합니다. 완전 남의 집에 얹혀사는 느낌이었고 그 와중에 면회를 와 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가장 약해졌을 때 제일 겸손해짐을 느꼈습니다. 퇴원하고 나서는 내 자신 스스로도 참 겸손해졌다 싶을 정도로 만나는 사람들을 높였지만 그러면서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또 똑같아질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였습니다. 역시 시간이 지나자 겸손했던 기억도 사라지고 다시 교만한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에게 예수님께서 무엇이든 청하면 다 들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마치 솔로몬에게 하신 것처럼 원하는 것을 청하라고 하셨습니다. 요한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고통과 멸시를 주소서.”

그리고 죽기까지 고통과 멸시 속에 사시다가 돌아가실 때도 홀로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곳에 가서 쓸쓸하게 돌아가십니다.

로마에서 함께 공부하던 어떤 수녀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수련할 때 주님께 고통을 청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돼요. 너무 힘들어요. 고통은 함부로 청할 게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우리들은 성인들처럼 바로 고통을 청할 처지가 못 됩니다. 다만 하루하루 우리가 지고가야 할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벅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통은 너무 적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더 큰 고통을 청하게 됩니다. 왜 고통을 청하게 될까요?

 

오늘 복음에서 즈카리야는 벙어리였다가 입이 풀려 주님을 찬미하게 됩니다. 처음엔 주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다가 요한의 할례가 있는 날 천사가 일러준 대로 그 아이에게 요한의 이름을 붙여주라고 하면서 묶였던 혀가 풀리게 됩니다.

즈카리야는 혀가 묶여 있던 기간 동안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실제로 잉태된 아기를 보면서 자신이 믿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반성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믿음이 생겼고 그의 이름을 지어주면서 믿음을 증거합니다.

천사가 즈카리야게게 주었던 것은 벌이 아니고 은총이었습니다. 고민하고 반성하고 더 큰 믿음을 얻게 하는 침묵의 시간을 제공해 준 것입니다.

 

살다가 힘들면 주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주시는 것은 우리에게 유익이 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세상 어떤 어머니도 고통 없이 아기를 낳지 못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인들이 고통을 청하는 것은 고통이 그만큼 영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고통을 받음으로써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겸손해지는 은총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힘이 든다면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누구도 그 분만큼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힘을 내십시오. 이 고통이 나에게 벌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셔서 주시는 고통일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