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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스승의 이야기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4 조회수481 추천수2 반대(0) 신고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오래 전, 수많은 생명이 거대한 강바닥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강물의 흐름은 어린 자와 늙은 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가리지 않고 말없이 그들 위를 쓸고 지나갔다.
강물은 오직 수정처럼 맑은 자신만을 알면서 자신의 길을 갔다.

그 생명들은 저마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강바닥의 수초(水草)나 바위에 매달렸다.
태어날 때부터 흐름에 저항하는 것만 배워왔기에
매달리는 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한 생명이 말했다.
“저는 매달리는데 질려버렸어요.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강물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고 믿어요.
이제 나는 손을 놓고 강물이 흘러 가는 데로 따라가겠어요.
계속 매달려 있다면 지루해서 죽고 말 것 같아요.”
 
 다른 생명들이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자여!
손을 놓으면 네가 숭배하던 그 강물이 너를 바위에 내던져 가루로 만들어버려!
그러면 넌 권태로움으로 죽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죽게 될 거야!”

 그러나 그는 다른 생명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손을 놓아버렸다.
그 즉시 물살에 휩쓸려 바위에 부딪혔다.

시간이 지나도 그가 다시 매달리지 않자,
강물은 그를 강바닥에서 들어올려 자유를 주었다.
그는 더 이상 멍들지도 상처를 입지도 않았다.

하류의 생명들이 이방인인 그를 보고 외쳤다.  
“기적을 보라! 우리와 똑같은 생명이 날고 있다!
우리를 구원할 메시아를 보라! 얼른 오시어 우리를 구해주세요!”

 그는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말했다.
“나는 여러분들처럼 메시아를 기다리기만 하지 않겠소.
나의 메시아는 용기를 내어 손을 놓기만 하면
기쁜 마음으로 우리를 들어 올려 자유를 준다오.
우리의 진정한 임무는 이런 여행이고 이런 모험이라오.”
 
그러나 남아 있던 그들은 더욱더 큰 소리로 외쳤다.
“메시아여! 메시아여!”
 
그들이 바위에 매달린 채로 외치면서 다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이미 멀리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들만이 남아서 메시아의 전설을 만들어 냈다
(리차드 바크(Richard Bach)의 『Illusion』중에서)
 
매달리는데 지쳤다.
이제 손을 놓고 강물에 나를 맡기는 수밖에 없다.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해도
강바닥에는 아무것도 붙잡을 것이 없었다.
 
정신지체 장애인의 공동체 라르슈(L’Arche(방주))를 설립한 장 바니에(Jean Vanier)가 공동체에서 16년을 생활한 후 한 말이 있다.
“저는 정신박약아들 특히 그 정도가 심한 환자들이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일으키는 ‘문제점 또는 어려움(scandal)’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보면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때로 회복의 진전이 거의 없는 증세가 심한 장애자들을 위해 많은 정력과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는 것이 전혀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가 살고 있는 집은 직업훈련소를 겸하고 있는데 남녀 장애지 10명을 위해 17명의 보조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자들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말을 할 수 있게 되거나 손으로 무얼 만들게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사회적 가치나 효과라는 기준에서 보면 그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어리석고도 한심한 일입니다.”
 
나는 매번 다른 사람들과 꼭 같은 돌에 걸려 넘어지고 있었다.
강 바닥에서 수초(水草)나 바위를 붙들고 더불어 살려고 발버둥쳤지만
이제 기진맥진하여 매달릴 힘도 없다.
나의 한계는 이것밖에 안 되었다.
나를 넘어뜨린 돌이 말했다.
나처럼 침묵하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어라!”
 
장 바니에가 말했다.
욕망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
그것은 이기고자 하는 욕구 이면(裏面)에 있는 마음을 열어야 하는 두려움
,
평가 절하되거나 무시 당할 것 같은 두려움 등

자신의 적나라한 내면세계와 맞닥뜨려야 하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수초(水草)나 바위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던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놓아버린’ 사람과 ‘놓지 못한’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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