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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3일 대림 제4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3 조회수1,464 추천수18 반대(0) 신고
  

12월 23일 대림 제4주간 화요일-루카 1장 57-66절

 

 

“엘리사벳을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인내가 모든 것입니다>


   갓 태어난 세례자 요한을 두 팔에 안고 기쁨에 찬 탄성을 외치는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표정을 그려보며 한 ‘명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인내가 모든 것입니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입장에서 볼 때 그간의 세월은 참으로 오랜 인내의 날들이었습니다. 그 세월은 너무도 힘겨웠던 사막 길 이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혹독했던 여행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걸었습니다. 너무나 막막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때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며, 죽는 순간 까지 하느님의 은총을 기다렸습니다.


   그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 바로 세례자 요한의 출생입니다.


   기다림, 그것은 참으로 답답하고 지루한 여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참으로 가슴 설레는 영적 작업이기도 합니다. 참된 기다림은 우리를 내면의 ‘깊은 곳’으로 안내합니다. 그 안에 태초부터 머물고 계신 하느님과 우리를 맞닿게 합니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완강히 외면하고 거부했던 내면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우리의 영혼에 남겨진 깊은 생채기들도 바라봐야하고, 위선과 거짓으로 살아온 지난 삶도 돌아봐야 합니다.


   그러나 산고와도 같은 이런 기다림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참 모습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참 모습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다린다는 것 참으로 필요한 작업 같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작업 같습니다. 하느님 안에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문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고 묵상해보십시오. 그분의 삶 역시 연속적 기다림의 삶이었습니다.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그분께서는 30년의 세월을 기다리셨습니다. 1, 2년이 아닙니다. 10년, 20년도 아닙니다. 30년이나 되는 세월을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사시면서 아버지의 명령을 기다리셨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꾼으로 묵묵히 열악한 삶을 견뎌내면서 그렇게 당신의 때를 기다렸습니다.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마다 예수님께서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셔서 아버지의 분부를 기다리셨습니다. 유혹 앞에 직면했을 때 마다 예수님께서는 거친 광야로 들어가셔서 아버지의 도움을 기다리셨습니다. 중대한 전환점에 설 때 마다 밤새워 기도하며 아버지의 결정을 기다리셨습니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고급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가구처럼 그렇게 찬란하지만은 않습니다. 때로 무미건조합니다. 때로 퀴퀴한 냄새만 납니다. 때로 우리는 고통의 울타리 안에 갇힌 채 탈출구를 찾지 못해 울부짖기도 합니다. 그저 막막한 기다림의 연속일 뿐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노력이 ‘기다림’에 대한 가치 부여입니다.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그저 마지못해 시간 때우는 일도 아닙니다.


   참된 기다림은 때로 힘겨운 투쟁입니다. 예수님의 기다림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에게 주어졌던 기다림의 나날은 그저 쉬는 날들이 아니었습니다. 하릴없이 빈둥거린 날들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에게 있어 기다림의 순간들은 창조의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기다리는 동안 자신에게 부여된 인류 구원사업이란 과제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셨겠지요. 기다림의 시간동안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열렬히 찾았겠지요.


   창조적인 예수님의 기다림,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바로 인류구속 사업의 완성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97번 / 구원의 메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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