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하느님의 총애를 받는 우리들" - 12.2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1 조회수603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2.21 대림 제4주일 
                                                      
사무 하7,1-5.8ㄷ-12.14ㄱ.16 로마16,25-27 루카1,26-38

                                              
 
 
 
"하느님의 총애를 받는 우리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기뻐하고 즐거워하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기쁨으로 환히 빛나는 네 개의 대림 촛불이
주님 성탄이, 우리의 구원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유대 미드라시에 나오는 한 일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의 한 보석 세공인을 불러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를 위하여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매우 큰 승리를 거둬 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그리고 동시에 그 글귀가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나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느니라.”

보석 세공인은 명령대로 곧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솔로몬 왕자를 찾아 갔습니다.
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왕의 황홀한 기쁨을 절제해 주고
  동시에 그가 낙담했을 때 북돋워 드리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말을 써넣어야 할까요?”

솔로몬이 대답했습니다.

“이런 말을 써넣으시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왕이 승리의 순간에 이것을 보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그가 낙심 중에 그것을 보게 되면 이내 표정이 밝아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
세상 모든 것이 지나갑니다.
기쁨도 슬픔도, 희망도 절망도, 젊음도 늙음도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 하느님만이 영원하십니다.
 
세상에 보이는 것들이 아닌,
하느님 안에 뿌리내린 사람만이
이런 지나는 것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한 자유를 누립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끊임없이 지나는 계절에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묵묵히 그 자리에 깊이 뿌리내려
하늘 높이 자라나는 나무들, 우리 삶의 최고의 스승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를 향한 주님의 천사의 말씀,
우리 모두를 향한 복음 말씀입니다.
 
 세상에 정도의 차이일 뿐 두려움 없는 사람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마치 두려움에 포위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 같습니다.
직장에 대한 두려움,
살림에 대한 두려움,
사람에 대한 두려움,
병고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이래서 성경의 하느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두려워하지 마라.’ 말씀하십니다.

인간의 원초적 경향이 원죄의 상처와도 같은 두려움입니다.
 
존재에, 하느님 존재에 뿌리내리지 못해 두려움입니다.
뿌리 없어, 뿌리 뽑혀 방황이요 혼란에 두려움입니다.
 
하느님 아닌 흘러가는 보이는 것들에 뿌리내릴수록
가중되는 허무와 무의미,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에 무너져 내리는 인생입니다.

반석이신 하느님 존재에 뿌리내려야 무너지지 않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사라져 안정과 평화요, 충만한 행복입니다.
 
그 어떤 시련에도 무너지기는커녕 오히려 단단해질 뿐입니다.
무엇보다 두려움의 퇴치와,
하느님께 뿌리내림에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미사와 공동성무일도 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의 어둠을 몰아내고
하느님 존재에 깊이 뿌리내리게 합니다.


하느님의 총애를 받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이렇게 살아있음 자체가 은총이요
하느님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마리아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복음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잊어 두려움에 방황입니다.
 
하느님 존재에 뿌리내릴수록 우리가 얼마나 총애를 받고 사는지 압니다.
 
성모마리아님, 얼마나 깊이 하느님께 뿌리내린 삶이었는지요.
다음 주님 천사의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역시 성모 마리아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천사의 말씀입니다.
 
깊이의 정도나 양상의 차이일 뿐
우리 모두 나름대로 주님께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깊이 뿌리내릴수록 주님의 생생한 현존을 의식합니다.
은총 속의 삶임을, 아니 우리의 삶 모두가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여기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찬미와 감사입니다.
빛이신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두려움의 어둠은 저절로 사라지고 기쁨 가득한 삶의 실현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기뻐하십시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아침 시편 한구절도 새삼 은혜로웠습니다.

“한평생 은총과 복이 이 몸을 따르리니,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살으오리다.”

은총과 복이 가득한
이 거룩한 주님의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믿음으로 순종하십시오.

순종은 그대로 믿음의 표현입니다.
영성의 진위를 판가름 하는 잣대가 순종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로,
또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의 계시로 우리의 힘을 북돋아 주십니다.
 
이제 성탄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비가
우리 모두를 믿음의 순종으로 이끌어 줍니다.

우리의 믿음의 순종 없이는 하느님께서는 아무 일도 못하십니다.
 
성경의 모든 믿음의 사람들,
한결같은 순종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예스맨(yes-man)들이었습니다.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아버지께 순종하신 예수님이 아니십니까?
 
오늘 1독서 다윗, 2독서 바오로, 복음의 성모마리아 말 그대로
순종의 모범입니다.

1독서에서 다윗과 관계된 말씀을 잘 들여다보십시오.
 
주어 일인칭은 모두가 하느님이고
동사는 모두 하느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나는 양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목장에서 데려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삼았다.
  나는 너의 이름을 세상 위인들의 이름처럼 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윗은 사라지고 온통 하느님뿐입니다.
다윗이 한 일이자 동시에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순종을 통해 자기는 사라지고
온전히 하느님의 사람의 모습으로 변형된 다윗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진정 순종의 사람들을 통해 일하심을 깨닫게 됩니다.
바오로의 다음 고백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삶입니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사는 것입니다.”

순종을 통한 주님과의 일치요
주님의 거룩한 사람들로 변모되어가는 우리 존재들입니다.
 
순종의 절정은 오늘 마리아의 다음 고백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모마리아의 이 자발적인 순종의 응답이 있어
임마누엘 구세주 탄생이 가능했습니다.
 
하느님은 성모마리아가 너무나 고마웠을 것입니다.
 


믿음은 순종입니다.
순종하는 믿음과 더불어 주님과 관계의 뿌리도 깊어집니다.

점차 주님의 사람으로 점차 변모되어 가면서
두려움은 사라져 안정과 평화,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한 삶이 펼쳐집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의 은총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형제자매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기뻐하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주님께 믿음으로 순종하십시오.
 

대림 4주일에 주님의 간곡한 당부 말씀입니다.
 
홀로 지혜로우신 하느님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