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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섬김의 그리스도 왕 ----- 2006. 11.26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6 조회수482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6. 11.26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다니7,13-14 요한 묵1,5ㄱㄴㄹ-8 요한18,33ㄴ-37

                                                          

 

 

 

 

 

섬김의 그리스도 왕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이심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오늘 날 대부분의 나라가 예수님의 탄생을 원년으로 계산하여

올해 서기 2006년으로 헤아리고 있으니

은연중 예수님을 세계의 왕으로 인정하는 셈입니다.


마침내 다니엘의 예언이 성취되었습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민족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으리라.”


수많은 제국들이 사라져갔지만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나라는 2000여년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위에서 내려누르는 무력 통치가 아니라

사랑으로 섬기는 그리스도의 통치이기에 영원합니다.

 

평생 온유와 겸손의 마음으로 섬김의 삶에 충실하신 예수님 이셨기에

비로소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은 우리의 영원한 왕이 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한 생애를 한 말마디로 요약한다면

온통 ‘섬김의 생애’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겸손, 온유, 순종, 사랑 모두가 응축되어 있는 섬김이란 말입니다.

 

다음 성서 구절들 잘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나라에서는 상하관계란 없고,

모두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서로 섬기며 발을 닦아 주어야 하는

형제관계만 있을 뿐입니다.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어 고백하는 자라면

그 누구도 이 섬김의 직무에서 면제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직분이 있다면 오직 하나 섬김의 직분이 있을 뿐이며,

영성이 있다면 오직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만이 있을 뿐입니다.


얼마 전 수녀원 종신 서원 식 때

안동교구 두봉 주교님 옆에서 복사하면서의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연로하시고 체구는 저보다 왜소했지만

온유하고 겸손하고 자유로운 모습에 풍부한 유머가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완전 무장해제 시켜

모두가 웃음의 꽃들로 활짝 피어난 듯 했습니다.

 

주교님 곁에 있었지만 저 역시 참으로 자유롭고 편안했습니다.


섬김의 삶이 주위 사람들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합니다.

 

사랑의 섬김에 의해 다스려져야 할 그리스도의 나라이자 교회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저는 섬김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이해관계나 상하관계의 현세적인 이 세상에 속한 나라가 아니라,

서로 섬기는 평등한 형제들의 나라가 그리스도의 나라요,

바로 우리 교회가 수도공동체가 지향하는 바 이기도합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진리 자체가 되어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이시니

결국 그리스도의 나라는 진리의 나라임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 섬김의 진리로 충만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여야 함을 배웁니다.


섬김의 진리만이 영원합니다.

그리스도의 나라를 상징하는 교회나 수도원 역시

저는 서비스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음식점이나 병원의 서비스업들과 똑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첫째는 사람이 좋고 친절해야 하고,

둘째는 그 분야에 따른 실력을 겸비해야 하며,

셋째로 좋은 외적 환경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 그리스도 공동체는 서비스업에 필요한 세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지요?

사는 이들이나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과연 친절하고,

영성 깊은 사람들에, 소박하고 단순한 환경을 구비하고 있는지

자주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며칠 전 어는 자매님이 기진맥진하여 수도원을 찾았습니다.


마치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는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국화차 한 잔 대접해 드린 후

성서 말씀의 처방전을 써드리고 저의 8월 강론집을 드렸습니다.

 

강론집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 자매님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눈빛도 빛났습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열왕19,7).


바로 2006.8.13일자 강론 제목을 표지 제목으로 택했던 것입니다.

 

일어나서 주님의 천사가 주는 빵과 물을 먹고 마심으로 힘을 얻은 엘리야는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는 이야기 중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일어나 먹었으니 이제 저도 힘을 내어 살아 보겠습니다.”


저를 통한 하느님의 서비스로 힘을 얻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난 자매님이 내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우리만 하느님을 섬기는 게 아니라 하느님도 우리를 섬기십니다.


하느님의 서비스로 살아난 엘리야요,

하느님의 서비스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의 말씀과 성체의 서비스로 다시 힘을 얻어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하느님 섬김과 하느님의 우리 섬김이 만나는 은혜로운 미사시간입니다.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이,

지금 여기 내 몸담고 있는 공동체를 그리스도의 나라가 실현되는

‘섬김과 나눔의 진리의 공동체’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주셨고,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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