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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과 외적 조건-판관기34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30 조회수480 추천수6 반대(0) 신고

하느님과 외적 조건-판관기34

 <생명의 말씀>
 여룹바알이라고도 하는 기드온과 그가 거느리는 온 군대는 일찍 일어나 엔하롯에 진을 쳤다. 미디안을 거기에서 북편으로 모레 언덕 아래 평지에 진을 치고 있었다. 야훼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네가 거느린 군대의 수가 너무 많다. 이대로는 내가 너희의 손에 미디안을 붙이지 않겠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를 아는 체도 않고 제 힘으로 승전했다고 으스댈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제 너는 지금이라도 무서워 떠는 자는 돌아 가라고 이 군인들에게 일러라." 기드온이 지체 않고 그들을 떠나 가게 하니 이만 이천 명이 가고 만 명이 남았다. 야훼께서 다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군인이 아직도 많다. 모두 물가로 데리고 내려 가거라. 거기에서 내가 그들을 추리겠다. 너와 함께 나갈 사람이라고 내가 일러 주는 사람만 너와 행동을 같이하게 하여라. 그러나 너와 함께 나갈 사람이 못 된다고 일러 주는 사람은 누구든지 너와 행동을 같이할 수 없다." 기드온이 군인들을 데리고 물가로 내려 가니, 야훼께서 이렇게 일러 주시는 것이었다. "개처럼 혀로 물을 핥는 자들을 한편에 세우고 무릎을 꿇고 물을 마구 들이켜는 자들을 다른 편에 세워라." 그러자 혀로 핥는 자의 수는 삼백 명밖에 안 되었고 나머지 군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물을 들이켰다. 야훼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셨다. "나는 물을 핥아 먹는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리라. 나 이제 미디안을 네 손에 붙였다. 나머지 군인들은 모두 제 고장으로 돌려 보내라." 기드온은 군인들이 가지고 있던 단지와 뿔나팔을 거두어 들이고는 삼백 명만 남겨 두고 나머지 이스라엘 군대를 모두 자기 집으로 돌려 보냈다. 미디안군은 그 아래 평지에 진을 치고 있었다. (판관기 7:1-8)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기드온이 나팔을 불어 모은 이스라엘 군대의 수가 3만 2천명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수에 비추어 보면 미디안 군대도 최소한 3만 2천명은 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평원에서의 전투는 대체로 육박전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적으로 우세할수록 승산이 높은 법인데 하느님은 어째 이스라엘 군인의 수가 너무 많다고 하시며 그 수를 줄이겠다고 하십니다. 싸움과 약탈에 능한 사람들과 그들을 피해서 숨어지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싸움이라면 일단 전투에 임하는 사람의 수라도 많아야 해볼 만한 게임이 되는 법인데 하느님은 군대를 더 소집하라고 하시는 게 아니라 줄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대로는 싸움을 시키지 않겠다. 두려움을 느끼는 자는 가라' 하니까 2만 2천명이 가고 만명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은 많다고 하시면서 물 마시는 방식으로 사람을 거르셔서 결국에는 군대에 300명의 군인만을 남겨 놓으셨습니다.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300의 판관기 버전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수적으로 볼 때 전혀 승산이 없는 게임의 상황을 하느님께서 만들고 계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이유를 직접 말씀해 주십니다. 군인의 숫자가 많아서 이겼다면 사람들이 하느님은 아는 체로 않고 제 힘으로 승리했다고 할 것이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은 그렇지 않아도 교만한 당신 백성들이 승리를 통해서 더 교만해지는 것을 원치 않으셨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약하고 의지할 곳 없을 때 하느님께 신뢰를 두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기 쉽지만 사람수라든가 재물이라든가의 세상적인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기 시작하면 하느님을 떠나서 자기영광을 추구하려는 경향성을 띱니다. 당신 백성이 가진 생각의 흐름을 명확히 알고 계신 하느님께서 군대에 300명만 남겨놓음으로써 그런 마음이 생길 만한 조건을 사전에 없애 버리신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은 세상적인 조건- 신분, 지위, 학벌, 재산 등을 통해서 일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그러한 조건들을 전적으로 무시하시는 분이 아니시지만 세상의 조건들이 오히려 당신에 대한 신뢰심을 약화시키고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하느님은 그러한 조건을 초월해서 일하시는 경우가 많으신 것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확보하려고 하는 나의 직업, 신분, 재산이 나에 대한 만족도와 내 안정감의 중추가 되면서 오히려 하느님을 찾고 의지하려는 마음이 약화된다면 나는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나만의 안정성과 영광을 추구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지속하다보면 내 삶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이 간섭쟁이로 느껴질 때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의 간판을 화려하게 만들고 싶고 그래서 그쪽에 내 에너지를 집중 투자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느님과의 관계는 어느새 소원해질 수밖에 없고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은혜와 능력을 체험하는 삶도 희미한 기억속의 사건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의 외적 조건을 하느님께서 무조건 무시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 조건을 가진 사람의 마음이 하느님께 바로 향해 있고 그 조건을 가졌다는 것이 교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을 더 높이 들어 쓰실 수도 있습니다. 창세기의 이집트 총리 요셉이나 다윗 왕이 그러한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세상의 화려한 조건을 갖추고도 하느님께 진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수많은 고난의 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만의 대군과 맞서 싸워야 하는 기드온의 300용사는 정말 의지할 곳이 하느님뿐이었을 것입니다. 외적인 의지처를 다 끊어 놓으신 상태에서 당신의 300용사를 하느님게서 어떻게 이끌어 가시는지 판관기를 꾸준히 읽으면서 잘 살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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