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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레자 요한의 출생 예고'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9 조회수739 추천수3 반대(0) 신고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루가1, 5-25)

-유광수 신부-

 


오늘 복음에서 두 가지를 묵상하겠다.
첫째는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되겠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신 "큰 인물"에 대해서다.


누가 큰 인물인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큰 인물이 되기를 원하고 또한 자식들이 큰 인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생각하는 큰 인물이란 어떤 사람일까?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인가? 출세하는 사람? 돈을 많이 버는 회장님? 유명한 연예인?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 의사? 검사? 판사? 우리는 일반적으로 직업이나 재산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기가 쉽다. 아니 큰인물이라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런 인물이 나의 바람이고 꿈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배우고 노력하고 투쟁한다.

 

즉 자기가 추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전력투구 한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큰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큰 인물의 평가도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정말 큰 인물이라는 기준은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도 아니고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다.

 

오늘 복음에서 큰 인물의 기준은 "주님 앞에서"이다. 따라서 세상 관점에서 말하는 큰 인물도 주님 앞에서는 아주 작은 인물이 될 수 있고 작은 인물이 큰 인물이 될 수도 있다. 또 내가 생각하는 관점에서 큰 인물이라고 하는 것이 주님 앞에서 아주 작은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어디에 기준을 두고 말하느냐에 따라서 큰 인물의 기준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준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오늘 복음을 보면
1. 많은 사람을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 오게 하는 사람.
2.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큰 인물과 주님이 보시기에 큰 인물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바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생각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대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곧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요, 부활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나에게 있어서 말씀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이처럼 말씀으로 생각을 바꾸어 가는 사람이다.

 

나날이 말씀을 통하여 나의 잘못을 바꾸어 주님께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면 나의 생활은 나날이 발전할 것이고 새로워질 것이고 일반 사람들과는 생각하는 것이 달라질 것이고 가치관이 달라지고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복음을 통하여 나의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앉고 매일 그 생각이 그 생각이라면 즉 나의 생각에서 한발작도 진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깨어있는 신앙 생활이 아니라 잠자고 있는 신앙생활이다.

 

어제 모 일간지에 큰 인물 한 사람을 소개하였다.

- 올 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교실살인 사건'으로 외아들 영민군을 잃은 김호진씨가 아들을 죽인 아이의 선처를 위해 발벗고 나서 세밑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아직도 아들의 맑은 웃음이 눈에 밟혀 가슴이 찢어진다"는 김씨는 "하지만 평생 악몽에 사로 잡혀 살 그 아이도 한없이 가엾다."고 했다. "다 용서했습니다. 이젠 그 아이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라나 아들 몫까지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서울 금천구의 중학교에서 충격적 사건이 발생한 것은 4월 15일. 3학년 진성이가 오후 수업중인 같은 학년 영민이반 교실문을 열고 들어와 흉기로 영민이를 수 차례 찔러 살해했다. 진성이는 점심 시간에 영민이를 포함한 몇몇이 자신의 친구를 때리는 것을 보고 격분, 집으로 달려가 흉기를 갖고 와서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 사고 소식에 '덜랭대던 아이가 어쩌다 다친 모양'이라고 생각했던 김씨는 병원에서 너무나 참혹한 모습으로 숨져있는 아들을 보고는 정신을 잃었다. "몇 날 며칠 치가 떨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들을 이렇게 만든 놈을 잡아다 똑같이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6월 14일 법정에서 진성이를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악마를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 아이가 우리 아들처럼 앳되고 선해 보였어요. 놀라고 당혹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아들은 저 아이가 아니라 사회가 죽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용서는 쉽지 않았다. 거리에서 또래 아이들과 마주치기만 해도 슬픔이 북받쳤고 초인종 소리에 맨발로 뛰쳐나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을 구치소에 보낸 진성이 부모님 마음도 오죽할까?'하는 생각을 하며 조금씩 가슴 속 얼음을 녹여냈다.
17일 김씨는 진성이가 2심에서 2년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이 낸 탄원서 때문인지 몰라도 1 심 선고량의 반으로 줄었지만 김씨는 여전히 편치 않았다. "이미 용서한 이상 그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 볼 생각입니다." -

 

두 번째 묵상은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다. 벙어리가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믿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이 벌을 주신 것이라는 말인가?

 

우리가 말을 하는 데에는 인간의 말이 있고 하느님의 말이 따로 있다. 슬픈 소식을 전하는 말이 있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말이 따로 있다. 슬픈 말은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는 말이고 기쁜 말은 기쁜 소식을 기쁜 소식으로 알아들었을 때 기쁜 말이 나오는 법이다. 인간의 말을 잘 하면서도 하느님의 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벙어리가 있다. 남을 흉보고 욕하는 말은 잘하면서도 남을 칭찬하거나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은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을 보아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을 보아도 긍정적인  말로 전하는 사람이 있다. 늘 슬픈 소식만 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기쁜 소식만 전하는 사람이 있다.

 

요한이 태어나서 이름을 무엇이라고 지으면 좋겠느냐? 라고 즈카리야에게 물었을 때 서판을 위에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을 때 "그 때에 즈가리야가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루가 1,64)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즈가리야가 벙어리가 되었다는 것은 가브리엘 천사가 전하는 놀라운 말을 듣고도 알아듣지 못하여 그런 놀라우신 일을 하신 하느님을 찬미하지 못하고 오히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 이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하고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찬미를 드리지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었다. 즉 즈가리야가 "벙어리가 되었다"라는 것은 놀라운 일을  전하였는데도 놀라운 일을 하실 하느님의 역사를 듣고도 하느님을 찬미드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하느님을 찬미드리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즈가리야가 하느님께 찬미드리는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제가 그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늙은이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라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말하는 차원에서 천사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믿음으로 성숙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즈가리야는 절대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우리도 놀라운 하느님의 말씀을 듣거나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볼 때 매 순간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해야한다. 그런 것을 듣고 보면서도 찬미드리지 못한다면 벙어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이 벙어리로 만드신 것이 아니라 찬미하도록 놀라운 일을 보여주시는 데도 그것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나의 불신앙이 나를 벙어리로 만든 것이다.

 

언제 내가 입이 풀려 말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입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할 수 있을 때이다. 그 때까지는 말을 하지만 벙어리이다. 무엇에 대한 벙어리인가? 하느님을 찬미드리지 못하는 벙어리이다.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한 삶을 사는 것인가? 언제 나는 혀가 풀려 하느님을 찬미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복음을 통해서 매순간 하느님이 펼쳐 보여주시는 새 하늘 새 땅을 볼 수 있을 때이다. 놀라운 신비를 보는 눈이 뜨이게 될 때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루가 1,64) 소리 이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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