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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본능적으로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18 조회수480 추천수6 반대(0) 신고

 

저는 성당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성호경이 그어진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성전 안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정성스럽게 손 모아 하느님께 기도하고픈 마음이 일어난다.

누구나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보고 “종교적 동물”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오늘은 이 “동물”이라는 단어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동물”이라고 하면 본능적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 오른다.

그래서 동물 인간은 뭔가 부족하고 짐승 같은 느낌이 들면서

빨리 버려야 할 인간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성전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성호경을 긋는 것은 정말 이성적 깨우침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이 성호 긋는 행위도 동물적 본능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어릴 적 이야기를 한 번 해 보겠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인 것 같다.

그전에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화장실 가는 것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화장실이 모두 수세식 소변기에 옆으로 가려주는 것도 세워져 있지만

그 시절 초등학교 화장실은 소변기가 따로 없고

벽 앞에 일렬로 서서 다 함께 쉬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다른 애들 옆에서

같이 소변 보는 것이 괜히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참내!

그래서 참다 참다 보니(하루 종일 한 번도 화장실에 안 가고 참는 것이다! 그 고통,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게 참다 보니, 결국 종례 시간에 저절로 오줌보가 터져서 쉬! 하고 교실 바닥에 쉬를 해 버리고 말았다.

정말 부끄러운 기억이다!

 

이제 또 다른 질문을 하나 해 보겠다.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신체 중에서 어느 것이 앞서는 것일까?

그리고 이 인간의 의식 또는 마음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나 사람을 지배하고 있을까? 한 50% 정도 될까? 아니면 100%?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의식과 정신력에 강한 믿음과 환상을 갖고 있어서

최소한 50%이상 80% 정도까지 의식이 인간을 지배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인간 의식은 5%만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

인간은 의식보다 무의식의 지배를 더 많이 받는다.

인간의 의식, 즉 머리로 생각하는 내가 나를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은 고작 5%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 대부분, 95%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기 보다는

훨씬 더 동물적이고, 생리적이고, 본능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말했던 주제로 돌아가보자.

성전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손을 모으고 성호를 긋는 행위는

인간을 초월한 절대자,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경외심이란 것을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인간의 모든 영역을 뛰어넘는 강력한 존재,

창조주 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본능적 행위이기도 하다.

 

성당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냄새 맡을 수 있는

향이 이런 경외심과 두려움을 더 자극하고 있으므로

향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사를 보다가도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면

본능적으로 배에서 “꼬르륵”소리를 내면서 뭔가 먹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인간의식 가운데 이 5%만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고 해서

인간을 아주 동물적인 존재로 취급할 수는 없다.

5% 의식만 사용하고도 지상에 있는 모든 동물을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의식을 100% 다 발휘하면

엄청난 변화, 상상할 수도 없는 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지만,

인간은 자기 의식의 5% 정도만 사용하면서 살아가게끔 프로그램 되어있다.

50년 전에 자기가 했던 말을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50년전에 자기가 오줌 쌌던 장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늘 창피한 얼굴로 다녀야 할 것이다.

 

인간이 생각하고 말하고 웃는 능력은 하느님을 닮았다는 증거다.

인간은 아주 본능적인 동물이기도 하지만

의식이란 것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하느님을 찾게 되어 있는 존재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의식을 주신 것은

그 의식으로 당신을 알아보고 섬길 수 있게 하려고 주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제 스스로 잘난 척 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다면

이는, 하느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그런 것을 아주 싫어하셨다.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회당에서는 윗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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