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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소명의 분별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7 조회수869 추천수10 반대(0) 신고

 

 

 

대림 3 주간 목요일 - 소명의 분별

 

 

 

 로마에서 공부하는 어떤 자매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성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저는 현재 성소, 그러니까 사제나 수도성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부르심을 받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부르심을 받았지만 그 길을 가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신학을 공부하신 분이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바로 주님의 성소라는 것입니다. 누구나가 주님의 소명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건 옳지 않은 생각입니다. 모든 것이 예정되어있는 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말인데 그러면 인간의 가장 귀중한 ‘자유’를 스스로 버리는 것입니다. 혹은 하느님을 나쁜 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구원을 못 받는데 그것도 주님의 뜻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것은 주님께서 그렇게 섭리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유를 버리면 책임도 없기 때문에 편하겠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동시에 포기하는 것입니다.

 

어떤 신앙심 깊다고 자부하시는 분이 저희를 집에 초대하여 닭볶음탕을 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너무 감사하다고 했는데 그 분은 당신의 신앙을 뽐내기나 하듯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했나요, 뭐. 하느님이 하셨지.”

겸손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자신과 하느님을 혼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섭리로 도와주셨을 수는 있어도 결국 자신이 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원하시기만 하실 뿐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입니다.

악수는 두 사람이 손을 내밀어야 가능합니다. 모든 것은 주님 섭리에 따라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손을 내미느냐 안 내미느냐에 따라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는다면 천당에 가거나 지옥에 갈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유가 있기 때문에 책임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셉은 큰 고민에 빠집니다. 그렇게 순결하고 예쁘기만 했던 약혼녀 마리아가 몇 달 친척집에 다녀오더니 배가 불러서 온 것입니다. 깊은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는 그녀를 조용히 놓아주기로 합니다. 이 사실이 밖에 알려지면 마리아도 뱃속의 아기도 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꿈에 천사가 나타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줍니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첫 번째는 자신이 꾼 꿈이 정말 사실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닐 수 없을 만큼 주님의 계시는 확실합니다. 어떤 계시든 조그마한 의심이 든다면 그것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속는 일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꿈에서 계시를 주어도 그 사람이 그것을 믿고 그것에 자신의 온 삶을 바칠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주십니다.

그리고는 다른 것보다도 약혼녀를 온전히 믿지 못한 것에 대해 큰 후회를 합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는 선택은 요셉에게 달려있습니다. 요셉은 기계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초대하실 뿐 응답은 각자에게 달려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 초대에 다 온전히 응하며 사는 것은 아닙니다. 즈카리야도 그래서 벙어리가 되지 않습니까?

 

우리 각자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이 있습니다. 소명이 없이 태어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부르심대로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은 각자가 다르게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성모님도, 예수님의 제자들도, 바오로도, 또 오늘의 요셉도 자신들의 소명을 이렇게 확실히 받았는데 사실 주님께서 나에게 진정 어떤 삶을 요구하시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그런 확실한 부르심이 있어서 그 뜻을 따른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런 분들은 ‘그 분을 따를 자세가 되어 있어서 그런 확실한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나이가 서른이 되어가면서도 주님께서 성직자 혹은 수도성소로 불러주셨는지 아니면 결혼성소로 불러주셨는지 고민하는 청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먼저 주님께서 어떤 성소로 불러주시던 ‘예!’할 자세를 지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소명이 점점 확실해 질 것입니다.

 

 

 

  로마에서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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