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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그래도 갔다 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1 조회수581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그래도 갔다 와
                                      이순의
 
 
불과 이틀만에 세상의 무늬가 바뀌고 말았다.
온갖 색을 물들이고
형형의 모양들을 뽐내던
흔적들을
동장군께서
후 하고
불어버린 휘파람 한 번으로
우수수수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같은 공간
한 장소의 풍경이
이틀 사이에
낭만과
쓸쓸함으로
교차되고 말았다.
 
그 덕에
잠시 짬이 났다.
 
 
 
 
 
 
 
첫눈이 오셨단다.
저기 아래 들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김장김치거리 수확을 할 수 없다는!
시장의 밤을 지새우고 온 짝꿍에게
밥을 차려 드리고
여러 날 만에
어제
조금 늦은 미사에 참례하였다.
그런데
앞좌석의 자매님께서 돌아보신다.
<저기요. 미사에 늦었는데 성체를 모셔야 하나요? 안 모셔야 하나요?>
<자매님의 마음이 허락하는 대로 따르십시오. 주님의 성체를 모시고 싶다하시면 모시고, 안 된다 하시면 모시지 마시고, 교리에 충실하자고 하시면 그것도 좋습니다. >
사실은 그렇게 말한 나도 미사에 늦었는데
성체를 모실지 안모실지에 대하여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내게 오실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분심에 휩싸였다.
<교회가 가르쳐주시는 교리가 있으니 다음에는 미사에 늦지 않겠다고 결심을 먼저 하시고 마음을 따르십시오.> 라고 덧붙여 말씀드리지 못함을 후회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르랬다고 맨 날 맨 날 늦게 와서 성체를 모시면 안 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오늘도 짝꿍의 귀가 시간은 애매하기만 하다.
장부정리 해주고
.
.
.
먹을 거 해주고.
.
.
.
미사시간 5분 전!
<성당에 안 갈래.>
짝꿍이 시계를 처다 본다.
<미사가 끝난 것도 아니고, 5분 늦었다고 예수님이 쫓아 내등가? 그래도 갔다 와.>
수건에 물 묻혀서 눈꼽만 닦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가락으로 빗질 하고
성당에 갔다.
그 자매님께 미사에 늦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시라고 말하지 않기를 잘 한 것 같다.
 
밤을 새워서 일하고 돌아 온 짝꿍의 문서들을
펴 놓고
정리하느라고 성당에 가지 못하고 있다.
백성들이 월동준비를 마치면
한겨울이다.
그때는 좀
편하게
성당에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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