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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1일 금요일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1 조회수1,023 추천수17 반대(0) 신고

 

11월 21일 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 루가 19,45-48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


<잘 들리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한 할머니와 오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노인성 난청이 와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기에 때로 글로 쓰기도 하고, 때로 손짓으로 말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증세가 워낙 중해서 보청기를 착용해도 거추장스럽기만 하지 별 효과도 없다고, 그리고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기에 그저 불편함을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셔서 제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제 마음을 몹시 흔들어놓았습니다.


   잘 안 들려서 불편한 것, 일상적인 의사소통 잘 안 되는 것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노라고,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미사 때 마다 신부님들이 하시는 그 좋은 강론말씀을 제대로 못 들으니 얼마나 마음이 괴로운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저 성체모시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낙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귀가 잘 들릴 때, 건강할 때, 좋은 말씀 듣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기도도 건강할 때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소리조차도 짱짱하게 들려오는 ‘성능 좋은’ 귀를 지니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 좋은 귀로 매일 선포되는 그 좋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길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건강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릅니다.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큰 축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령성월을 맞아 존경하는 원로수사님을 초청해 ‘죽음’을 주제로 한 피정강의를 들었습니다. 꽤 오랜 기간의 병고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으셨던 수사님이셨기에, 한 말씀 한 말씀이 다 소중했습니다.


   수사님께서 강의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투병생활을 하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서 통증이 심해지면, 정신도 집중하기 힘들어지고 그에 따라서 기도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도도 건강할 때 열심히 바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 건강할 때 부디 기도 많이 하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성전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십니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성전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묵상하고, 되새기고, 기도하는 집인데, 당시 예수님께서 들른 성전은 소란한 시장터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제물을 미리 미리 준비해오면 좋을텐데, 겨우 성전 마당에 와서 제물을 준비하려다보니, 성전 앞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제물로 바칠 짐승을 파는 상인들,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사람들, 환전상들, 고리대금업자들, 야바위꾼들, 소매치기들 등으로 우글거렸습니다.


   거룩해야할 성전, 조용히 기도 안에 하느님과 일치해야할 성전이 각종 매매행위로 더럽혀진 것을 보신 예수님은 진노하십니다. 그 뻔뻔스런 상인들을 내쫓으십니다.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우리 신앙인 개인 각자 각자도 어떤 의미에서 성전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마음도 성전 정화대상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기초로 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나만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심으로 가득 찬 우리 마음 역시 성전정화의 대상입니다.


   거룩한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질투심, 시기심, 교만, 음행, 사악함, 거짓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은 우선적인 성전정화의 대상입니다.


   그토록 좋은 말씀이 선포됨에도 불구하고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우리의 불성실한 모습 역시 성전정화의 대상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48번 / 한 생을 주님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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