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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신도 주일' 강론 / 내 인생의 가장 확실한 '성공'을 위하여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7 조회수557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제(16일/연중 제33주일)는 마흔 번째 맞는 '평신도 주일'이었습니다. 관례대로 우리 본당(대전교구 태안성당)에서도 총회장인 제가 15일 토요일 저녁 특전미사와 주일 교중미사에 강론을 했습니다. 그 강론의 요약 글을 소개합니다. 강론은 좀더 길게 했습니다만, 주보에는 지면 사정상 강론의 일부를 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인생의 가장 확실한 '성공'을 위하여  



저는 '평신도주일'이 11월 '위령의 달'에 설정된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다행으로 여깁니다. 만추와 조락의 계절, 한해의 그림자가 석양빛 아래 길게 깔리는 시기인 위령의 달에 평신도주일이 설정된 것에서 어떤 절묘함 같은 것도 느낍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잘 체감하고, 먼저 세상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함으로써, 평신도들의 신앙적 자세가 좀더 확실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해마다 11월 위령의 달에는 제 선친을 많이 생각합니다. 내게 하느님 신앙을 물려주신 선친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되새기곤 합니다. 조실부모한 불우한 환경에서 보통학교 3년 중퇴 학력을 가지시고도 박학다식했던 분! 일찍이 청년 시절부터 '왜 사람은 자기 뜻과는 아무 관계없이 이 세상에 나고 살고 죽는가? 이 세상의 존재는 무엇인가?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가?'라는 '물음표'를 가슴에 안고 마침내 하느님 신앙을 스스로 찾으셨던 분! 그리하여 당신의 자녀들에게 하느님 신앙을 고스란히 물려주신 분! 그런 아버님의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금 되새겨보며 감사한 마음을 갖곤 합니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너무도 무능하여 아무 이룬 것도 쌓은 것도 없이, 가난과 병고 속에서 힘들게 사시다가 돌아가셨지만, 그분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자식들에게 기도를 청하셨고, 손에서 묵주를 잠시도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그분을 위해 아들인 저는 자주 기도를 하고, 일년에 적어도 다섯 번은 위령미사를 지냅니다. 생신과 기일, 설날과 추석날, 11월 위령의 달에 미사를 지냅니다.

이 세상에서는 부귀영화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가난하고 초라하게 사셨지만, 내 아버지는 스스로 찾고 가꾼 하느님 신앙을 자식들에게 잘 물려주신 덕에, 사후 2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자식들의 정성스러운 기도와 미사봉헌의 은총을 누리고 있으니, 그것 자체로 내 아버님은 인생을 가장 성공적으로 사신 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도 그런 '성공'을 바라고 추구하며 오늘을 삽니다. 나도 내 자식들에게 하느님 신앙을 잘 물려주어, 내가 죽은 후에 내 자식들이 죽은 아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미사봉헌을 해준다면, 그것 자체로서 나도 인생을 가장 성공적으로 산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하느님 신앙 한가지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것 외로는 아무런 욕망도 없습니다.  

때로는 신앙생활이 고달프고 힘들기도 합니다. 신앙의 꽃이요 핵심인 '기쁨'보다는 슬픔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잘 견디고 이겨나가는 것도 신앙의 과제요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저녁때쯤 포도밭에 가서 일을 하고 똑같이 하루 품삯을 받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주인이 주시는 품삯이야 똑같더라도, 아침부터 열심히 일을 하고 품삯을 받는 것이 좀더 떳떳하리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안하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포도밭에 일을 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품삯'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힘들고 어렵더라도, 인생의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 하느님 신앙 안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갑시다.

<지요하 막시모 / 본당 사목회장>


*2008년 11월 16일(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천주교 태안성당 주보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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