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친구 옥이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3 조회수620 추천수3 반대(0) 신고
 
초등학교 3학년때쯤으로 기억된다.
높은 비탈길을 올라 언덕을 넘어가면 있는 마을에만 사는 친구들이 몇명 있었다. 그친구들은 늘상 1반에만 배정을 받았다. 해가 바뀌어도 늘상 그 친구들은 1반...
내 친구 옥이(아마 정확한 이름은 명옥이었던 것 같다) 도 그 동네에 사는 아이들 중의 하나였다.
 
그 동네는 나병 환자들 가족이 모여사는 마을이었다. 그동네 사람들은 채소를 길러서 어떤 사람이 도매로 싸게 사 가서 시장에서 판다는 얘기는 들어 알고 있었고 그 마을 교회의 목사님 가족도 그 마을에 사시진 않으시고 고개 바로전에 위치한 집에 사셨고 내가 아는 사람중에 그 마을 이야기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른들은 늘상 그랬다. 그 동네는 절대 가면 안된다. 하면서 행여 몰래라도 우리가 갈까봐 걱정을 하곤 했었다. 누가 지어낸 건지도 모르게 문둥병 환자들은 애들을 잡아 먹는다느니 하는 말도 하고 누가 쑥을 캐러 갔다가 사라졌는데 아마 잡혀간걸거라고 하면서 지레 겁을 주곤 하였다. (제가 아주 나이가 많은건 아닌데요 그당시 시골은 늦었지요. 뭐든지...) 암튼 내 친구 옥이는 눈썹이 짙고 짧은 커트 머리가 이쁜 친구였다. 공부도 제법 잘해서 같이 공부도 하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였다.
 
하루는 옥이가 저희집에 놀러가자고 하였다. 다른 한친구와 함께...
혹 엄마한테 혼날까봐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그동안 그 마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그리고 친한 내 친구가 가자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한 친구와 함께 셋이서 도랑을 따라 도란도란 얘기하며 놀아가며 그때는 힘들어 보였던 언덕을 넘어가니 새둥지마냥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의 아담한 마을이 보였다.
 
동네에 들어가니 가축도 많고 옥이집에 갔더니 엄마 아빠가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자세한 모습은 기억나지 않으나 다리를 저시고 손엔 붕대인지 장갑인지를 끼고 계셨다.
오후나절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길에 옥이 엄마가 친구랑 내 손에 노란 달걀 하나씩을 쥐어 주셨다.
 
친구랑 같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이서 이 달걀을 집으로 가져갈 것인가 말것인가 의논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먹자는 결론이 났다. 달걀 위아래에 이로 구멍을 뚫고 생달걀을 호로로 먹는 맛을 알고 있었으니까...
 
암튼 아무일 없었다는 듯 해가 뉘역뉘역 지는 때에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어떻게 아셨는지 너 오늘 그 동네에 갔다 왔지 하시는 거다. 아마 우리셋이 놀면서 걸어갈때 동네 어른중의 한 분이 우리를 보고 엄마한테 말씀하셨나보다. 그래도 엄마는 나를 하나도 나무라지 않으셨다. 그냥 재미있었냐고 빙그레 웃으실뿐...
 
그후 내친구 옥이는 4학년땐가 이사를 갔다. 다른 마을로 간다고 하였다.
 
오늘 복음 말씀을 들으니 나와 똑같은 나이로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내 친구 옥이가 불현듯 생각이 난다. 나병을 앓고 있는 부모님이 있고 혹 커 가면서 발병할 지도 모를 내 친구는 다른 사람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
 
병이 있고 없고를 떠나 주님을 모시고 산다면 그 사람은 병이 있으나 천국에서 살 것이고 병이 없어도 주님을 모시지 않고 산다면 아마 지옥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으리라.
 
오늘 아침에 산책을 하며 만난 이쁜 장미꽃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거 너를 위한 선물이야.
 
오늘도 제가 모두에게 드리는 장미꽃이 사랑이 되어 그 향기가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안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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