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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30일 야곱의 우물- 루카 13, 31-35 묵상/ 시청 앞의 예언자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30 조회수604 추천수3 반대(0) 신고
시청 앞의 예언자들

바로 그때에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가서 그 여우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보라, 너희 집은 버려질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하고 말할 날이 올 때까지, 정녕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루카 13,31-­35)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폭력진압과 만나게 되어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시작된 지난 유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참여를 마다하지 않던 친구 수녀님은 연일 시국미사에 참석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나가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겁이 많은 나는 그 제의에 선뜻 응하기가 두려웠다. 광주민주화항쟁이 있던 해에 학생들의 시위를 저지하는 최루탄 때문에 퇴근길에 도망을 다녔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시국미사가 시작되면서 촛불을 들고 무리지어 가는 수녀님들의 모습은 사회정의에 힘을 모으지 못하는 나에게 부끄러움과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저녁에 집회에 참석하고 나면 그 다음날 평소처럼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건강염려증도 나의 궁색한 변명에 한몫을 했다.
그러다가 토요일이 되었을 때 나는 용기를 냈다. 다음날은 주일이니 쉴 수도 있을 터였다. 그날은 오후에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시국미사를 하고 시청 앞으로 모이는 날이었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교회 안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을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다. 그날은 4개 종단이 모이는 날이었다. 수녀님들이 한 무리를 이루고 앉으니 카메라를 든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 시대의 예언자들이 차례차례 무대 위로 올라와서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막상 자리에 앉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앞에서 이끄는 대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마음이 무덤덤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편안했다.
 
꼭 있어야 할 곳에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집회를 마치고 행렬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움직임이었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꼬마들도 많았다. 이렇게 작은 움직임이 모이고, 많은 사람의 목숨이 바쳐져 정의를 향한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는구나 싶었다. 새삼 목숨을 바쳐 정의를 수호한 이들에게 고개가 숙여졌다. 예수님께서 우리 사이에서 함께 걷고 계시며 말씀하셨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김인옥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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