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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10.2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9 조회수566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8.10.29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에페6,1-9 루카13,22-30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구원에 이르는 문은 좁은 문입니다.
 
반대로 멸망에 이르는 문은 넓은 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고 힘든 구원의 문보다는
편하고 쉬운 멸망의 문을 선택합니다.

구원의 좁은 문,
어디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구원의 좁은 문, 하늘 문은
바로 지금 내 삶의 자리 여기입니다.

구양성경에서 야곱과 모세에 관한 일화가 생각납니다.

에사오의 보복이 두려워
브엘세바에서 하란을 향해
고단한 도피 여정 중에 있던 야곱이
베델에서 꿈에 하느님을 뵙고 깨어나 외칩니다.

“참말 하느님께서 여기 계셨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여기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 문이로구나.”

영혼의 눈만 열리면
바로 내 몸담고 사는 고단한 삶의 현장 여기가
하느님의 집 베델이요 하늘 문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집을 찾아,
하늘 문을 찾아
쓸데없이 시간 낭비, 돈 낭비하며 밖으로 나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선 그 어디서도 하느님을 못 만납니다.
 
참 영성생활은 결코 현실도피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깨닫고 나면 그 어디나 하느님 계신 세상의 중심입니다.
 
이어 모세의 하느님 체험 장면 역시 인상적입니다.
모세 역시 파라오를 피해
미디안의 사제인 장인 이드로의 양떼를 치며
고단하게 지내던 중
하느님의 산 호렙 불타는 떨기 가운데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모세야, 모세야.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그렇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서있는 땅 지금 여기가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땅입니다.
 
어디나 하느님 계신 거룩한 땅 성지라는 말씀입니다.
 
고단한 삶의 여정 중
내 몸담고 사는 지금 여기가
거룩한 땅, 하느님의 집, 하늘 문이라는 말씀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 어렵고 힘든 관계 등
온갖 크고 작은 어려움들,
바로 깨닫고 나면
주님을 만나는 하늘 문이자 구원에 이르는 좁은 문임을 알게 됩니다.
 
정주의 삶을 사는 여기 수도자들에게는
정주의 땅 여기 수도원이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땅, 하느님의 집, 하늘 문입니다.
 
수도자들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 역시,
그 정주의 삶의 자리 바로 거기가
거룩한 땅, 하느님의 집, 하늘 문입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 여기 좁은 문의 통과가 힘들고 어렵다 하여 좌절하지 말고,
온갖 노력을 다하여 구원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입니다.
 
이 좁은 문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첩첩산중이란 말도 있듯이
평생 삶이 좁은 문들의 여정이자,
평생 장애물 경주의 여정과 같습니다.
 
방심은 금물이며
몸과 마음을 다해 평생을 좁은 문들의 통과에 힘을 다해야 합니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좁은 문 통과하여 첫째라고 기고만장 하다가
넓은 문의 유혹에 빠져 꼴찌가 될 수도 있고,
넓은 문 유혹에 빠져 꼴찌로 보내다 분발, 회개하여
좁은 문을 통과하여 첫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평생 좁은 문들의 여정에 항구하라는 분발심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좁은 문의 수행들은 막연하지 않습니다.

제1독서 에페소서에서 바오로의 가르침대로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의 본분을 충실히 하는 것이
좁은 문 통과의 첩경입니다.
 
가정의 자리에서 자녀들은 주님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하고,
부모는 자녀들을 성나게 하지 않고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가르치는 것,
바로 이게 가정의 자리에서 부모와 자녀가 통과해야 할 좁은 문입니다.

오늘 날, 주인과 종의 관계는 없지만 종의 영성은 배우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하기 보다는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진실히 실행하는 것,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섬기는 것처럼 기쁘게 섬기는 것,
바로 이게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영성입니다.
 
이래야 무난히 인간관계의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들 결국은 좁은 문들의 통과를 위한 것입니다.
 
외적으로야 힘든 좁은 문이지만,
수행이 깊어질수록,
자기와의 영적 전투에 승리해갈 수록
내적으로는 넓은 문이 되어가는 것, 바로 이게 영성생활의 기쁨입니다.
 
좁은 문들의 통과에서 오는 기쁨,
그대로 주님 주시는 천상적 기쁨입니다.
 
분도 규칙 머리말 다음 구절(48-49)이
바로 이 경지에 대한 적절한 묘사입니다.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에서 도피하지 마라.
  그러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서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

습관화된 수행들의 열매인
넓은 마음과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서
좁은 문들을 통과해가는 하느님의 전사(戰士)들인 우리들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좁은 문들을 통과해 온 우리들을
당신 말씀과 성체로 위로해주시고 격려해주십니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저의 하느님,
  이 몸 피신하는 바위시옵니다.”(시편18,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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