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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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버스 안에서 . . . . . . . [황상근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1 조회수756 추천수7 반대(0) 신고
 

 

 



수년 늦은 아침 시간에 시내버스를 탔었다.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더러 있을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허름한 옷차림을 부인이

보따리 두개를 버스에 실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우선 보따리 하나를 안에 힘들게 올려놓고는

다른 짐을 들고 왔다.

버스 기사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아줌마,  버스가 짐차요!”하고 투덜거렸다.

 

부인도 미안한지 빨리 짐을 실으려고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버스 문턱에 올려놓은 번째 보따리 때문에

다른 짐을 버스 안에 올려놓고 타기가 어려웠다.

누군가가 먼저 올려놓은 짐을 안으로 옮겨 주어야 했다.

 

그때

뒤에 앉아있던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달려오더니

짐을 옮겨주고 다른 짐도 내려놓도록 거들어 주었다.



나는 그때

부인을 도와줄 있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지만

도와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자신이 가지고 다닐 있는 만큼만 가지고 다녀야지

  너무 미련하게 많은 짐을 가지고 다닌다

마음속으로 비난을 하고 있었다.

 

부인은 가난해서 택시를 없어

버스를 이용해 많은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힘겨운 처지일 것... 이라는 생각은 나중에야 하게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나이 지긋한 남자는

여인들이 하는 일을 거들어 주지 않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했으니 흠이라고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도 도와주지 못한 원인은

신부로서 독신생활을 하고,

항상 사람들의 봉사를 받고,

그런 봉사생활을 멀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를 하고

성서를 읽는 것은...

사실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있다.

 

그리고 신자들에게는

사랑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수도 없이 가르쳐 왔으면서도  

실상 생활에서는 작은 사랑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반성하는 것이다.



반면에,

뒤에 앉아 있던 부인은

좋은 책을 읽거나, 사랑을 입으로 많이 이야기하지 않지만

나보다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부인은 이론이 아닌

사람들과의 속에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랑의 실천을 몸에 익혔을 것이다.



우리는

좋은 책을 읽고, 기도하고, 고귀한 이상을 갖고 있으면

흔히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좋은 생각이나 결심은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머리에 이상으로 머물러 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물론 좋은 이상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중요한 일이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이상을 통해 훌륭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과 삶을 함께 하지 않고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서,

책을 통한 이상이나 기도에만 머물러 있을 ...

 

오히려 교만한 사람이 되고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지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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