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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38 - 비가 내렸다 (사라예보/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10 조회수1,430 추천수1 반대(0) 신고

비가 내렸다


 

내 여행 방식은 주로 “나 홀로 배낭여행”인데

 

한번도 그런 식의 여행을 해 본적이 없는 내 주위의 몇몇 사람들은 그것을 엄청난 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얘기를 들어보면 혼자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정하고, 루트를 정하고, 

 

여행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혹시라도 그 중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 홀로 배낭여행”을 하는 라는 사람은 결코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완전히 착각인 것이 나는 원래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아닌데다

 

혹시나 계획을 세웠다 해도 결코 그 계획에 목메는 사람이 아니니

 

하물며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보다 좀더 여유롭고 편안하고 싶어 떠나는 여행은 훨씬 더 대충 대충 일수 밖에 없고

 

당연히 크고 작은 실수의 연속이다. (심지어 비행기를 놓친 적도 한번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 없이 실수를 했고 그 실수 때문에 사라예보에 가게 되었다.

 

 

 

모스타르가 전혀 계획에 없다 가게 되었는데

 

“사라예보”야 말로 사라예보행 버스를 타기 십 분전까지도 전혀 계획에 없었던 곳이다.

 

모스타르 일정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두브로닠”으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왔다.

 

표를 사고 버스 오기를 기다리며 아무 생각 없이 “숙소 예약 확인 이 메일”을 들여다 보는데

 

예약 날짜가 분명히 오늘부터라고 생각했건만 내일부터인 거다.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여권이나 현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니 많이 큰일날 일도 아니고

 

그나마 버스를 타기 전에 알게 된 것이 다행이다,

 

단지 그런 멍청한 짓을 한 내 스스로가 진심 한심해 진다.

 

비록 예약은 안 했지만 성수기가 아니니 오늘 간다고 해도

 

그렇게 숙소가 많다는 "두브로닠"에 당장 하루 묵을 숙소가 없지는 않겠지만

 

크로아티아의 마지막 일정이고 비행기로 OUT하는 곳이라

 

작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34일의 여유 있는 일정을 잡았기에 하루 더 늘려 45일은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 일찍 가서 대신 하루 먼저 OUT할까도 생각했지만

 

예약한 비행기가 저가항공이라 분명히 날짜 변경이 안될 것이다.

 

결국 당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한 선택은 “사라예보”였고

 

매표소에 물어보니 사라예보행 버스가 바로 십분 뒤에 떠난단다.

 

이렇게 사라예보 여행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갑작스럽고도 뜬금없이 결정되었다.

 

 

 

 

 

 

 

 

 

 

 

사라예보예 도착해 그렇지 않아도 도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는데 

 

가이드북을 보니 마침 무료 “워킹투어”가 있다(무료인 대신 약간의 팁을 준비해야 한다)

 

합류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시간 맞춰서 장소에 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영어 잘하는 젊은 가이드가 구 시가지를 중심으로 몇몇 곳을 다니며

 

그 장소나 건물에 연관된 역사나 의미 등을 설명해 주는데

 

약간 지루하긴 해도 모르고 보는 것 보다 알고 보는 것이 좀더 괜찮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래된 도시 치고 역사의 굴곡을 겪지 않은 곳이 없고 사연을 갖고 있는 않는 곳이 없듯이

 

사라예보 또한 많은 역사의 굴곡과 사연을 지니고 있고 또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이슬람 사원 '자미' 들과 터키의 건축양식도 도시 곳곳에 남아 있고

 

시장에서 파는 물건들을 보면 유럽보다는 중동 쪽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도 많이 있는 것이 

 

그들의 생활 양식도 그 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뜻일 게다.

 

어쨌거나 사라예보는 아름답다 혹은 아름답지 않다라는 평가는 각자 느낌이나 성향에 따라 달라질지라도

 

여느 유럽의 도시와는 확실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모두가 동의 하지 않을까 싶다.

 

투어를 마치고 혼자서 좀더 근처를 돌아보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면서 

 

도시에 대한 정보를 너무 몰라 인터넷으로 사라예보에 대한 검색을 해보니

 

가장 많은 것이 “1차 세계대전”과 “보스니아 내전”으로

 

보스니아 내전에 대한 내용을 읽다 보니 “인종 청소” “집단 강간”등 

 

충격적이다 못해 가슴이 슬퍼지는 단어들이 가득 이다.

 

전쟁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전쟁터는 죽느냐 사느냐의 절박한 상황과 마따뜨리는 곳이다 보니 내 한 목숨 지키기 위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서는 안될 일들은 있고

 

그런 일을 했을 때는 분명히 비난 받아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종 청소” “집단 강간”등이 바로 그런 것으로

 

전쟁에 이기기 위해 했어야 했던 일도 아니고 내 한 목숨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도 아닌

 

약한 자에 대한 강한 자의 무자비한 폭력이며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과 유태인 학살이라는 아픔을 경험한 세대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는 지금,

 

그것도 그러한 일들이 벌어진 유럽 땅에서 또 다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모스타르"에서도 나름 전쟁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사라예보에서는 더욱더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마치 전쟁에 대한 내 생각의 깊이가 모자랐기 때문에 

 

운명처럼 다시 사라예보에 오게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갑작스럽고도 뜬금없이 오게 된 사라예보,

 

1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보냈지만 그 어느 곳에서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곳,

 

하지만 그 생각이라는 것이 이 아름다운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둡고도 우울한 것들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짐을 꾸려 숙소를 나오는데 비가 내린다

 

이번에 근 삼 주 동안 여행을 하면서 딱 한번 비가 왔는데

 

마치 하늘에서 나에게 무슨 “메시지”라도 주려는 듯 그게 하필이면 사라예보를 떠나는 날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사라예보에서는 마치 내 마음처럼 회색 빛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 매월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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