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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야 할 일을 내가 할 수 있었던 모든 조건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 홍성만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1 조회수714 추천수3 반대(0) 신고
 

11월 11일 화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7,7 - 10)


 

오늘의 묵상


   우리는 겸손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행위라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만큼 낮추어야 하는지, 왜 낮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겸손은 법칙도 공식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겸손을 드러내려면 분명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비굴함이나 천박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먼저 불필요한 자존심을 버려야 합니다. 몸은 낮추면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면 초라함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존심과 함께 존재 자체를 낮출 때 비로소 겸손한 사람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런 사람이 진정 힘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낮추었기에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면서 어둡게 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밝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기쁘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밝은 분위기를 드러내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그러한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와 만나기를 좋아하고 쉽게 모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큰일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애벌레는 주름 잡힌 몸을 지녔습니다. 그들은 몸을 접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겸손은 애벌레 시절부터 몸에 익혀야 한다는 자연의 가르침입니다.


 


“해야 할 일을 내가 할 수 있었던 모든 조건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 속에서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시려고 이러한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조이 분부대로 하였다고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나의 마음이 흐트러질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이러한 말씀이 당연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쉽게 교만에 빠지는 '나'임을 나 자신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해 놓고서도 내가 잘나서 한 것처럼 여기기 때문입니다. 남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했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힘으로 한 것뿐입니다. 오히려 그러한 힘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을 내가 할 수 있었다면, 할 수 있었던 모든 조건이 나에게 마련되었음을 감사드릴 뿐입니다. 봉사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봉사할 마음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면, 봉사할 힘이 솟구쳤다면, 이 모두 감사할 뿐입니다.


   "주님께서 내게 생명과 복음과 계명 주셨네. 티끌인 나 무엇 드리리. 감사드릴 뿐이외다. 감사드릴 뿐이외다." (『가톨릭 성가』332번)


   오늘도 감사로 시작하여 감사로 끝나는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홍성만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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