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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1월 11일 야곱의 우물- 루카 17, 7-10 묵상/ 우리가 남인가요?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1 조회수696 추천수3 반대(0) 신고
우리가 남인가요?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7,7-­10)
 
 
 
 
◆우리 센터가 운영하는 식당 조리원들은 헌신적입니다. 그들은 다른 실무자들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수저를 들지 않습니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공동체란 함께 식사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여러 차례 권했습니다만 그들은 그때마다 웃으면서 거절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식사를 챙기는 것이 자신의 몫이고,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이 자신의 기쁨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외근을 나갔던 실무자가 식사시간이 끝난 뒤 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조리원들은 수저를 들다가는 내려놓고 그 실무자의 식사를 먼저 챙겼습니다. 식사를 마친 실무자가 “고맙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조리원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우리가 남인가요, 고맙다는 말을 하게.” 이런 모습이 우리 센터의 분위기를 한결 따뜻하게 만드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 성숙한 사람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정이 넘치는 따뜻한 사회일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종이 되는 사회일 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 나라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준 뒤 굳이 감사의 인사를 받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느끼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이웃을 돕는 일이 내세울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신앙인의 삶이 아닐까요?
임영인 신부(성공회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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