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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과 매일복음 묵상을 - 겸손한 종, 행복한 종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11 조회수877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제 32 주간 화요일 - 겸손한 종, 행복한 종

 

저는 어렸을 때부터 행복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고 그것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선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좀 벌어야 하니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고 건강해야 하니 운동도 열심히 했고 예쁜 여자와 사귀고 결혼도 하고 싶었었습니다.

하느님은 그 행복으로 저를 불렀습니다. 언제부턴가 결혼해서 사는 것보다 사제로 사는 것이 더 보람 있고 행복할 것이란 생각을 제 마음에 넣어주신 것입니다.

오랜 갈등 끝에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신학교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다 버리고 주님을 따랐으니 행복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엄한 규율과 공부와 위계질서 안에서 행복하다기 보다는 짜증이 많이 났습니다.

‘내가 밖에 있었으면 여자 친구도 사귀고 취직도 해서 돈도 벌고 술도 마시며 재밌게 살 텐데, 그런 것까지 다 포기하고 들어왔더만 기대했던 만족이나 기쁨은 찾아볼 수가 없구만!’

저는 하느님께 무슨 큰 재물을 봉헌하는 듯이 그래서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님을 따르고 있는 듯이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고 사순절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그냥 밥을 굶어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식사에 빠지면 안 되기에 밥을 먹으러 내려가긴 했지만 밥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이틀 정도 밥을 안 먹으니 뱃가죽이 등에 붙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고 눈물까지 났습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 미사에 나갔습니다. 하도 배가 고파서 성체가 그냥 배를 채울 수 있는 자그마한 빵으로 보였습니다. 미사가 그리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성체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성체를 받아 입에 넣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였습니다.

‘나는 다만 몇 끼니만 안 먹어도 살 수 없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구나!’

‘이 분은 내 배를 채우기 위해 당신 살을 떼어주시는데 나는 불평만 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정말 밥알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 거의 밥알을 세어가면서 먹었습니다. 주님이 아니시면 그런 밥알 하나도 먹을 수 없는 존재인데 내가 그분께 무엇을 드리고 있었다고 교만해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그분께 받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우리 생명까지 바친다 해도 그 분 앞에서는 머리를 들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치는 모든 것까지 다 그분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주님의 도구가 되기 위해 내가 무엇을 버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하기보단 불러주신 하느님께 그저 감사하게 되었고 그래서 행복하게 되었습니다.

‘하필 왜 나를 불러주셔가지구!’가 아니라 ‘이런 저를 불러주시다니요!’가 되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주인을 위해 일을 한 종이 주님께 취해야 할 자세를 가르쳐주십니다.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이 말씀은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을 낮추기 위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더 행복하게 당신을 따르라고 하시는 말씀인 것입니다. 낮아질수록 더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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