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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성전을 허물어라 ....... [김 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9 조회수651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전 봉헌을 기념하는 축일에 성전을 허물라는 말씀을 들으니 당황스럽다.
더욱이 과월절축제는 이스라엘이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해방된 역사를 기념하는 축제니 당연히 해방을 맛볼 수 있는 축제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축제마당에 펼쳐진 광경은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 죽치고 앉아있는 광경이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는 흠없고 깨끗한 짐승만 제물로 바칠 수 있는 율법 규정이 있다.
당연히 깨끗한 제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성전에 있는 대사제들이 그것을 판단했으니
상인들과 사제들 사이에 돈거래가 있을 수 있다.
상인들이 자기들이 키운 짐승들이 정결하다는 판결을 받기 위해 웃돈을 주었으니,
당연히 물건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폭리를 취할수록 상인들이 사제들에게 주는 웃돈도 커지고
물건 값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과월절 축제때마다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 성전세를 바쳐야 하는 율법규정이 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에는 이방인들이 사용하던 돈이 공식 화폐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 이방인 돈 역시 성전안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율법규정이 있었다.
당연히 이방인 돈을 성전에서 사용되는 유대인 돈으로 바꾸어야 했으니,
이 환전상들 역시 높은 이자로 돈을 바꿔주고 이익금의 일부를 사제들에게 갖다 바쳤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따위 성전은 흔적도 남김없이 무너뜨리라는 말씀이다.
욕심과 이기심과 온갖 권모술수로 유지되고 있는 성전은 무너져야 한다.
“성당에는 착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쁜 사람들도 많더라. 아니 더 나쁘더라”라는 말을 듣고 있는 성전은 말끔히 허물어야 한다.
허무는 목적은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안에 다시 세우겠다.”
다시 세워지는 성전은 물론 죽음을 통과하여 부활한 예수님 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세워지는 성전은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를 드리는 성전이 되어야 한다.
성전에 관한 이야기는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과 나눈 대화에서 다시 나온다.
“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다.
그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고을에 가 있었다.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두레박도 가지고 계시지 않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렵니까?
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
그분께서 저희에게 이 우물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물론 그분의 자녀들과 가축들도 이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 여자가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한 것은 맞는 말이다.
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 대로 말하였다.”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저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네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너희는 알지도 못하는 분께 예배를 드리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께 예배를 드린다. 구원은 유다인들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 여자가 예수님께,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시겠지요.”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요한 4,5-26)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여자는 얼마나 놀랐을까!
사람들 사이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메시아,
누구나 해답을 듣고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줄 메시아,
그 메시아가 지금 우리와 말하고 있는 어떤 분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나는 이 대목에서 갑자기 목이 콰악 잠기는 느낌이 들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드는 느낌이었다.
정말 그분이 바로 내 앞에서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하고 말씀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힘들게 지고 가는 이 인생의 짐을 한 순간 풀어놓고
그분 앞에 서러운 목소리로 한 바탕 울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참다운 성전은 라테라노도 아니고 베드로도 아니고 게다가 인평성당도 아니다.
영적으로 참되게 예배드리는 그 곳이 참다운 성전이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적으로 참다운 예배를 드리기 위해 지은 성전이 바로
라테라노 대성전, 베드로 대성전, 그리고 인평성당이다.
그러니 이런 성전에 나와서 참다운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땅하다.
인간적인 욕망으로 지은 성전은 무너뜨리고
영과 진리 안에서 참되게 예배드리기 위해 지은 성전이기 때문에
그런 정신을 되살려 영적으로 참된 예배를 드리자고 각성하기 위해 성전축일을 지내는 것이다.
영적으로 참된 예배를 드리는 그곳에 그분이 계시고
그곳에서 그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말씀해주실 것이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분이 있는 그곳이 바로 성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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