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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라떼라노 대성전 축일
작성자한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9 조회수677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8.11.9
 
 
           *********************     오늘의 묵상      **********************
   
 
지난 한 주일 사이에
저희 수도회는 두 번의 중요한 축복식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평양에 평화 봉사소를 지어 봉헌하는 축복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천안에 기도의 집을 지어 봉헌하는 축복식이었습니다.
저는 남과 북을 오가며 두 축복식에 참여하였는데
두려운 마음이 한 편에 있었습니다.
그 전의 산청 성심원 가정사 축복식까지 합치면
한 달 사이에 우리 수도회는 3곳에 큰 집들을 지어 완공한 것입니다.
이 건물들을 짓기 위해 그렇게 많은 수고들을 하였는데
눈에 보이는 건물을 짓기 위해 정성과 애를 쓴 것만큼
우리는 사람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애를 썼는가?
눈에 보이는 건물은 번지르르 한데
거기 사는 우리는 악취가 푹푹 풍기는 것은 아닌가?

두려운 마음으로 먼저 저와 저희 형제들에 대한 성찰을 하였습니다.
이상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던 20대에는
저는 저 자신에 대해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고
공동체에 대한 불만도 많았습니다.
프란치스코에 비추어 나는 왜 이 모양인가하고 자학을 하였고
프란치스코의 초기 공동체와 비교하며 저희 공동체를 비판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매우 관대합니다.
감히 100점을 줄 수는 없지만 7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게 얘기하면 저의 기대치, 저의 욕심을 낮추었기 때문이지만
하느님의 기대치, 세상이 요구하는 것을 준엄하게 생각한다면
저와 저희 공동체는 한참 기대 이하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면에서 하느님과 사람들의 기대 이하일까?

그 기대란 제가 하느님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는 것일 터인데
무엇보다도 제 안에 하느님이 없음,
저와 저의 공동체가 하느님의 성전이 되지 못하는 것일 것입니다.
오늘의 코린토서는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하고
질책성 질문을 던지는데 저와 저의 공동체에게 던지시는 질문입니다.
고백성사 보는 마음으로 저를 성찰해보니
제 안에는 하느님 대신 세속의 온갖 구질구질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주로 제가 맡고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한 생각이 많습니다.
심지어 요즘 경제가 좋지 않고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데
저도 매일 같이 환율을 점검하고 걱정을 합니다.
저의 수도회 선교 위원장이기에
평양이나 외국 선교지에 달러를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을 성전에서 몰아내시는데
이 복음을 읽으면서 찔끔했습니다.
저도 주님 성전에서 몰려나야 할 존재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그러기 전에
저라는 성전에서 환율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몰아내야겠지요.

다음으로 제가 하느님과 사람들의 기대 이하인 것은
제 안에 사람들이 머물 자리가 없음일 것입니다.
무릇 하느님의 사랑을 누구보다 더 잘 살아야 할 수도자라면
저의 품이 누구보다 푸근하고 넉넉해야 할 것입니다.
힘들고 지친 영혼들이 와서 기대고 쉬다 갈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저를 보면 너무 깐깐합니다.
노력을 하지만 좋고-싫음의 감정이 아직도 생생이 살아있고
옳고-그름의 의식도 여전히 예리합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수도생활도 할 만큼 했으면
이제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고
모든 것이 다 좋은 경지에 올라야 하고,
옳니 그르니를 깐깐하게 따지기보다는
누가 나를 더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하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나쁜 것을 족집게처럼 들추어내는 사람보다는
어깨 처진 사람의 좋은 점과 잘한 일을 일깨워주고 기를 살려주는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그래서 오늘 에제키엘 서가 얘기하듯
저와 저의 공동체는 생명의 물이 넘치고 넘쳐
그 물이 가는 곳마다 죽었던 생명들이 살아나고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작은 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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