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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과 매일 복음 묵상을 - 성모님과 교회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9 조회수710 추천수8 반대(0) 신고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 성모님과 교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시며 죽음의 힘도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를 누르지 못하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사실 지금도 베드로 성당 제대 밑에는 베드로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고 그 위에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십니다. 베드로 성당은 실제로 베드로 위에 세워졌고 앞으로도 죽음의 힘이 교회를 누르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베드로 성당을 증축하고 교황님이 그곳으로 옮기기 전까지 약 천이백여 년 동안 교황님이 머무셨던 성전이 바로 라떼라노 성전입니다.

 

라떼라노 성당 앞쪽을 보면 길 건너편에 한 사람이 양팔을 벌리고 성당을 바라보며 놀라고 있는 커다란 청동동상이 있습니다. 그 동상의 주인공이 바로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자신이 세운 수도회의 규칙을 인준 받고자 교황님을 찾아왔었고 라떼라노 성당의 웅장함을 보자 크게 놀랐는데 그것을 동상으로 만들어 세워놓은 것입니다.

당시 교회는 부와 권력을 한껏 누리던 때였는지라 거지들이 수도회를 한답시고 찾아온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 회칙을 인정해주지 않고 우선 물러가 있으라고 합니다. 그 날 밤 교황님은 꿈을 꿉니다. 라떼라노 성전이 허물어져 가는데 한 거지가 교회를 어깨로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이 거절했던 프란치스코였음을 깨닫고 다음 날 다시 불러 회칙을 인준해 줍니다.

 

죽음의 힘도 감히 누르지 못할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교회의 사람들이 완전해서가 아니라 그 부족한 사람들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님의 덕입니다. 사람이 신앙을 갖는다고 모두 완벽한 것이 아니라 어쨌거나 다 불완전한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건물도 시간이 지나면 부식하고 망가지듯이 교회도 가만히 방치하면 망가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교회가 허물어질 리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것이기 때문에 그 분이 잘 지켜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끊임없이 정화되지 않으면 또 누군가가 나타나 허물어져가는 교회를 몸으로 받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이 머무시는 성전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셨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해야 하는 성전이 사기와 거짓을 일삼는 장사꾼들로 가득 찬 것을 보시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릅니다. 예수님은 채찍을 만드시어 모든 장사꾼들을 내쫓으십니다. 성전이 더럽혀지는 꼴을 눈뜨고는 못 보시겠다는 뜻입니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예수님의 유일한 폭력을 쓰시는 장면입니다. 이는 그만큼 하느님의 성전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뜻입니다.

성전 사제들과 지도자들은 예수님께 어떤 권위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따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허물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당신이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습니다. 이 성전을 짓는데 46년씩이나 걸렸는데 어떻게 사흘 만에 세우겠냐며 조롱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전은 돌로 지어진 성전이 아니라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당신이 죽어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겠다는 의미로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몸은 흠도 티도 없는 깨끗한 육체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모시기에 가장 합당한 성전입니다. 그런데 그 몸을 주신 분은 성모님입니다. 성모님은 그 몸을 주셨을 뿐 아니라 당신 태 안에 하느님을 열 달이나 모시고 다니셨으니 성모님만큼 완전한 성전은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성모님만이 원죄가 없느냐고 따질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원죄가 없으심은 우리가 세례를 받아 원죄가 없어진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가 원죄가 없어도 우리 자녀들은 다시 원죄를 지니고 태어납니다. 왜냐하면 그 죄의 뿌리들은 여전히 우리 육체 안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죄가 있었다가 하느님의 은혜로 죄가 사해진 것이 아니라 본래 죄의 그림자도 없으신 분이십니다.

죄는 인간의 자유로 짓는 것인데 성모님은 죄를 지으려는 의지가 눈곱만큼도 없으셨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것을 보시고 세상 창조 이전부터 세상 구원사업을 위해 그분을 보호하신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있으셨지만 역시 성모님의 의지가 없었다면 그런 은총은 받으실 수 없으셨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려 해도 그분의 “예!”가 없었다면 예수님은 온전한 방법으로 사람이 되실 수 없으셨습니다. 모든 은총은 인간의 의지와 결합되어 열매를 맺는 것이니 성모님께서 그만한 은총을 받으셨다면 그만한 의지가 있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교회는 아직도 죄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거하시기에는 부적절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깨끗한 하늘에만 거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따라서 교회 안에 성령님이 충만하시기 위해선 그 은총을 받을 순결한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언제나 교회 안에서 성모님께서 해 주시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마치 사람 몸의 심장과 같이 은총을 모아 온 몸으로 보내주시는 역할을 하십니다. 마치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포도주(여기서 포도주는 성령님의 상징입니다)를 주시기를 원치 않으실 때 성모님의 청으로 기적을 행하셨던 것처럼 성모님의 청원 없이는 죄인들로 구성된 교회에 은총이 충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성체성사를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사제가 바치는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고 우리는 그것을 영하며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룹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수 있도록 그분께 봉헌할 깨끗한 제물을 인간들은 지니고 있지 못합니다. 다만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깨끗한 육체만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사 때마다 아직도 성모님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하며 당신 온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고 하느님은 그 봉헌을 받아 성령의 힘으로 그것을 당신 아들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우리에게 돌려주시는 것입니다.

 

골고타 언덕에서 예수님은 피와 물을 흘리십니다. 제 방에 선물 받은 이콘이 하나 있는데 예수님의 옆구리로부터 흘러나오는 피와 물을 성모님께서 잔에 받고 계시고 상대편에는 요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피는 죄를 씻는 희생을 의미하기도 하고 성체성사를 의미하기도 하며, 물은 세례를 의미하기도 하고 성령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은총이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성모님께서 받으십니다. 은총을 충만히 받을 수 있는 깨끗한 그릇은 성모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그것을 요한에게 주십니다. 요한은 모든 사도들과 신자들의 상징입니다. 그는 그것을 자신이 영하기도 하고 신자들에게 주기도 합니다. 사도들과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영하면서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룹니다.

결국 성모님의 중재로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새로운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아담을 깊이 잠재우신 다음 옆구리를 열어 하와를 만들어 냈듯이 두 번째 아담인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열어 새로운 하와, 즉 교회, 천상 예루살렘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날엔 교회도 완전히 정화되어 비로소 하느님의 어린 양과 혼인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한 몸을 이룰 것입니다. 그 분은 교회를 바라보며 “내 살에서 나온 살이요, 내 뼈에서 나온 뼈로구나!”하며 기뻐하실 것입니다.

 

내 한 몸도 하느님을 모시는 작은 성전입니다. 성전의 완전한 모델은 성모님입니다. 우리도 채찍을 만들어 우리 자신을 정화해나가지 않는다면 성모님과 같은 온전한 성전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 의미는 하느님과 하나 되는 행복, 즉 하늘나라의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란 뜻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하게 되어라!’라는 명령은 하느님이 되라는 말씀이 아니라 자신을 정화하여 성모님처럼 완전한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과 한 몸이 되는 참다운 성전이 되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조금 길고 조금 어려운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성령의 빛으로 잘 이해하실 것이라 믿으며 우리 안에 모신 하느님께 합당한 성전이 되기를 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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