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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뜨개질 이어달리기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4 조회수527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뜨개질 이어달리기
                               이순의
 
 
 
 
둥지에 들고 보니 여유작작하여
좋다.
햇님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
껌껌한 새벽을 뚫지 않아도 좋고,
하루 일과를 수 십명의 사람들과 함께 효율적으로 살아내기 위해 
전쟁같은 계획을 짜지 않아도 된다.
 
햇님보다 늦게 일어났어도
화내지 않고 방실방실 웃어주는 따스함에 취해
미사 시간에 맞추려고 부산을 떨기도 싫었다.
눈이 감기면 자고
눈이 떠지면 일어나고
둥지에 든 편안함을
얼마만에 감사하고 있다.
 
느긋한!
 
그래도 오늘은
마음이 미사참례하자고 졸라
마음의 뜻을 따랐다.
하얀 도화지 같은 모습으로 성당에 앉았다.
미사 내내
그 하얀 종이 위에 점 하나 찍지 못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그대로 행복한!
백지 그대로 물러 났다.
 
두리번 두리번 하다가
100원짜리 커피 한 잔 하는데
오랜 추억의 모습들이 펼쳐졌다.
뜨개질!
 
<무슨 단체에서 배우나요?>
 
 
 
 
 
 
 
 
<아니예요. 불우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드릴 성탄절 선물이예요.>
 
전에 살았던 본당에서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뜨개질을 했었지!
각자 맡아서......
그런데
지금 본당에서는
꼭 성당에서만 뜨개질을 하라시는
신부님의 엄명이 있으셔서
미사 후에 한 올이라도 떠 놓아야 한다는!
 
색실도 곱고,
뜨개질하는 손도 예쁘고,
순명하여 사랑을 채우는 마음들은 더 예쁘고,
하여,
소녀적에
어머니의 조끼를 떠 드렸던 기억을 더듬어
<저도 해 볼께요.>
 
그런데요.
본당의 목도리 뜨기는요.
이어달리기였어요.
한 사람이 시작해서
그 솜씨로 끝까지 완성하는 게 아니구요,
미사 후에 누구나 시간이 되는 사람이 이어서 떠야하는!
그러니 솜씨가 다르고
실을 돌리는 방법이 다르고
.
.
.
그만!
제 솜씨는 불합격!
풀어야 했습니다.
부끄 부끄 부끄 
 
그래도 여러 마음들이 모여
주님과 함께
누군가의 찬 가슴을 따숩게, 후툿하게, 데워 줄 것입니다.
 
 
 
 
 
 
 
 
뜨개질 이어달리기
 
그림 하나!
미사 후에 휑하고 성당을 비우는 현대 신앙인들의 일정이
잠시라도
주님의 성전에 머물러 이야기 나누는 정겨움이 있었고요.
 
그림 둘!
각각의 둥지에서 여생을 살았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그 정겨운 추억을 잠시나마 안겨 드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었습니다.
 
 
 
 
 
_사랑일기  -시인과 촌장-_
음악이야기 김지은님 것 얻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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