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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전요셉 신부님의 복음맛들이기 - 모든 성인 대축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1 조회수724 추천수5 반대(0) 신고

모든 성인 대축일 - 성인의 길, 겸손의 길

 

하루는 아우구스띠노 성인이 볼일이 있어서 한 제자를 불렀습니다. “이보게, 레이나.” 스승이 부르는데도 레이나는 대답이 없습니다. 옆방에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응답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듭해 불러보았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습니다. 아우구스띠노는 슬며시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이 녀석이...” 그는 옆방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어젖혔습니다. 순간, 그는 “아차.”하고 뉘우쳤습니다. 레이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도 간절히 기도에 몰두하고 있다 보니 스승의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우구스띠노 성인은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는 제자에게 간청했습니다.

“너의 발로 내 목을 밟고 서서 ‘교만한 아우구스띠노야, 교만한 아우구스띠노야, 교만한 아우구스띠노야' 이렇게 세 번 소리쳐다오.”

 

가톨릭의 영성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겸손”입니다. 겸손한 사람이 사랑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멀어지기 시작하는 때는 자신을 높이려 할 때부터입니다. 겸손은 사랑을 담는 그릇입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이고 복음 말씀은 진복팔단, 즉 행복해지는 길에 대해 나옵니다.

우리 삶을 돌아봅시다. 언제 가장 행복했었습니까?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니었습니까? 사랑이 곧 행복입니다. 하느님이 곧 사랑이십니다.

따라서 하느님과 하나가 된 이가 사랑도 할 수 있고 행복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을 시기하는 마귀들은 인간을 유혹하여 죄를 짓게 합니다.

 

사람의 세포 하나하나마다 들어있는 세 가지 죄의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육체를 지니고 사는 한 절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첫 째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으려했던 이유, 즉 교만이고,

둘 째는 그 이후에 그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던 성욕,

마지막으로는 그 아들 카인이 동생을 죽이게 되었던 이유, 즉 의 욕심입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깊이 박혀있는 뿌리가 바로 교만입니다. 뱀은 아담과 하와를 유혹해 선악과를 따먹게 합니다. 그들을 유혹했던 말이 ‘그것을 따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느님처럼 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처럼 되려는 교만에 하느님나라의 행복을 잃게 되고 우리들도 덩달아 그 행복을 잃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다시 에덴동산의 행복을 찾게 되는 길은 우리 육체 안에 숨어있는 교만을 죽이고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성인들이란 바로 자신들을 낮추어 원죄 이전의 겸손한 모습으로 돌아간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은 미천한 이들 중 가장 미천한 이와 한 몸을 이루십니다. 그 모델이 바로 “불타는 떨기나무”입니다. 떨기나무는 사막에 자라는 아무 쓸모없는 가시덤불입니다. 불은 하느님의 신성을 나타내고 떨기나무는 사람의 인성을 나타냅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크고 멋진 나무가 아니라 가장 보잘 것 없는 인간과 한 몸을 이루어 그에게 천상혼인의 행복을 누리게 해 준다는 뜻입니다.

 

앗씨시의 성 프란시스코의 이러한 예화가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에게 한번은 친구이자 제자인 마세오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용모가 뛰어나지도 아니하고 학식도 없으며 귀족의 혈통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따르며, 모든 이들이 당신 보기를 바라며, 당신에게서 듣기를 바라며, 당신에게 순종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어째서 세상 사람들이 당신에게 순종하기를 원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때에 프란치스코가 대답하기를 “그 이유는 가장 높이 계시는 분의 시선이 그런 일을 하시고자 뜻하셨기 때문이오. 그분은 모든 사람들을 보고 계시는데 가장 거룩한 눈으로 죄인 중에서도 더 이상 죄인일 수 없는 작은 사람 이보다 더 자격 없고 이보다 더 죄인인 사람을 찾을 수 없으셨던 것이오. 그래서 그분은 놀라운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나를 택하셨다오. 그분은 나보다 더 천한 인간을 찾으실 수 없으셨기 때문에 나를 택하셨고 또한 이 세상의 고귀한 신분과 위엄, 강함, 미모 그리고 학식을 깨뜨리기 원하셔서 그렇게도 미천한 나를 택하셨던 것이오.”

 

성인이 되는 길은 무언가 눈에 보이는 큰일을 해서가 아닙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가장 겸손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이 성인이 되는 유일한 길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을 지내면서 성인은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도 내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인간의 완성된 모습임을 되새겨봅시다.

 

- 로마에서 공부하시는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묵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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